민주신당 경선 레이스 시작 … 후보 9명 첫 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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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 후보들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아름다운 경선 서약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손학규·신기남·한명숙·이해찬·천정배·정동영·추미애·유시민·김두관 예비후보. [사진=조용철 기자]

민주신당 후보 9명이 27일 예비경선(컷오프)을 앞두고 첫 후보 토론회를 열었다. 경선 레이스의 첫 출발선이었다.

이날 오후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2시간 30분간 진행된 토론회는 선전을 다짐하는 박수로 출발했다. 하지만 곧바로 후보 간 치열한 설전과 정책 대결이 펼쳐졌다.

토론회에선 범여권 주자 중 여론조사 선호도 1위인 손학규 후보에 대해 다른 후보들이 '정체성' 문제를 협공했다. 첫 저격수는 천정배 후보였다.

▶천 후보="손 후보는 과거 '내가 한나라당의 기둥이자, 주인'이라고 한 분 아닌가. 지난해 10월 북한 핵실험 땐 대북 지원을 중단하라고 하지 않았나. 이런 분이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의아스럽다."

▶손 후보="열린우리당이 왜 문을 닫게 됐는가. 우리가 할 일은 변화다. 내가 야당 때 햇볕정책을 지지한 것은 세상이 다 안다. 분명히 밝히는데 햇볕정책을 지지하면서 북한 핵실험에 반대하는 의지를 보여줬다."

▶신기남 후보="노선.정책 면에서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어 민주개혁 세력 후보로 자격이 없다."

▶정동영 후보="민주신당 후보들은 (한나라당과는 다른) 철학을 공유해야 한다."

▶손 후보="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이 생각난다. 국민은 경제 살리기를, 일자리를, 선진국을 원하고 있다. 세상이 바뀌는데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

각 후보의 직설적인 표현에 토론회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공세는 곧바로 선두 그룹인 정동영 후보로 향했다. 이번엔 열린우리당의 분당 문제였다.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이른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으로 불렸던 '개혁 3인방'의 한 명인 신 후보가 저격수였다.

▶신 후보="두 차례나 열린우리당 의장을 역임한 정 후보는 당연히 끝까지 (당을) 책임져야 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정 후보는 남 탓을 하며 탈당해선 안 됐다."

▶정 후보="신 후보는 대통합을 위해 무엇을 했나. 나는 대통합이 안 되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노력했다."

두 사람의 '책임론' 공방은 추미애 후보가 가세하면서 더 확대됐다. 민주신당 합류 후에도 열린우리당의 분당 사과를 요구했던 추 후보는 "이 자리가 민주신당 후보의 경선장이지 '도로 열린당'의 경선장이냐"며 신 후보를 공격했다. 그러자 신 후보는 "(정 후보의 사과 문제는) 추 후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을 끊었다.

공방 3라운드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였다. 손 후보와 이해찬 후보가 설전을 벌였다. 비노(非 노무현)-친노(親 노무현)의 간판 격인 만큼 두 사람의 공방은 날카로웠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토론회 단상의 맨 왼쪽과 맨 오른쪽에 자리 잡고 앉았다.

▶손 후보="이 후보는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이고, 참여정부 총리였다. 지역주의.권위주의 타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당과 정부가 성과도 냈지만 당은 사실상 문을 닫았고, 참여정부 지지는 바닥에 있다."

▶이 후보="지방선거는 투표율이 낮아 개혁정당이 이기기가 상당히 어렵다. 지금 저출산이 문제인데 손 후보는 1990년대 후반 주무 장관(복지부장관)이었다. 당시 출산율을 아는가."

▶손 후보="잘 기억 못 한다."

▶이 후보="주무장관이 출산율을 잘 모르니 그때 정책으로 출산율을 방어하지 못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어 양도세 실효세율을 질문하며 손 후보의 '장기보유 1가구1주택 양도세 완화 방안'을 추궁했다. 수치를 대지 못한 손 후보는 "양도세 비율 때문에 시장에 주택이 나오지 못하는 현실을 이 후보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맞섰다.

토론회장에선 김두관 후보가 유시민 후보를 빗대 공격을 가했다. 김 후보는 "진해에선 깔따구 문제가 심각한데 공수부대를 투입해 맷돼지를 잡는 공약을 낸 유시민 후보는 해병을 투입해 깔따구 문제를 해결할 용의는 없는가"라고 물었다. 그 순간 장내에선 웃음이 터졌다. 두 여성 주자인 추 후보와 한명숙 후보의 기싸움도 만만치 않았다. 추 후보가 "지난해 10월 북한 핵실험 당시 한 총리가 (국회에서)'햇볕정책이 핵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비판하자 한 후보는 "그때 답변을 제대로 보고 질의하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채병건.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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