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세계축구다>15.스타도 월드컵 우승해야 빛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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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브라질의 펠레가 남미축구를 대표하듯 독일의 베켄바워가 유럽을대표하는 것처럼 대변되는 것이 네덜란드 사람들에게는 아직도「인정할수 없는 불만」으로 남아있다.
어느면으로 보나 요한 크루이프〈사진(左)〉가 독일의 베켄바워〈사진(右)〉보다 훨씬 낫다는 것이다.베켄바워가 수비수인데 비해 크루이프는 화려한 공격형 선수였고 특유의 바람을 타는 듯한유연한 몸놀림이 팬들을 사로 잡았던 터라 스타성을 비교한다 면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또 실제로 독일의 일부기자들은 그것을 인정하기도 한다.
펠레.마라도나 같은「축구의 영원히 지지 않는 큰별」이 월드컵우승을 통해 그 완성을 나타냈듯 이들의 우열도 74년월드컵에서독일이 우승,네덜란드가 준우승하는데서 판가름났다.그래서 세계적인 스타들은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을 기다리 고 팬들은 설렘으로 지켜본다.
나는 가끔씩 홈에서 이스라엘에 3-2로,불가리아에2-1로 덜미가 잡혀 본선에도 못간 프랑스의 파팽을 딱한 마음으로 떠올릴때가 있다.
사실 프랑스는 루이 롤랑이 1930년 7월13일 몬테비데오에서 멕시코를 상대로 월드컵 첫골을 뽑아낸 역사적인 나라다.
또 80년대에는 84,85,86년 연속 유럽 최우수선수로 뽑힌 슈퍼스타 플라티니를 앞세워 스페인월드컵 준결승,84년 유럽선수권대회 결승,그리고 멕시코대회에서는 브라질을 꺾고 준결승에오르는등 화려한 시대를 맞기도 했었다.
그리고 프랑스는 다시 파팽이라는 걸출한 스타를 갖게 되면서 꿈에 부풀었었다.
이혼한 부모 대신 할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세계적인 스타들이엘리트코스를 밟은 것과는 달리 비교적 어두운 시절을 보냈다.스무살에 아이를 가진 가장이 된 그는 3부리그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했고 프랑스에서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벨기 에를 전전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85년 벨기에의 브뤽에서 20골을 터뜨리면서 주목을 받아 프랑스 명문인 마르세유팀으로 복귀하게 되었다.그는 첫해 13골,이듬해 22골,그리고 90년에는 30골을 넣었다.더구나91년 유럽선수권대회 예선 9경기에서 20골을 성공시킨 그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스타가 되어버린 것이다.프랑스팀이 기록한 모든 골을 파팽이 혼자 다 넣은 그야말로「대기록」을 세운것이다. 그리고 그는 마르세유와 광고를 포함해 월1억5천만원의화려한 계약을 95년까지로 연장했다.
그러나 그는 완성의 마침표를 찍을수 있는 무대를 잃어버렸다.
34세가 되는 다음대회를 기약하는 것은 너무 억지다.
억울하게 유럽의 황제자리를 놓친 크루이프나 파팽-.그래서 왕은 하늘이 내린다고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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