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엔 로비,교육청엔 협박/상 교장/“아무도 나 못건드린다” 자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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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철·장영달의원 “돈 거절했다”/교육청 간부/“상씨 투서 몇번이면 쫓겨날 정도”
상문고 상춘식교장은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왔다. 권력층·교육계 인사들에겐 뇌물을 주며 접근했고 3천명이나 되는 학생들의 학부모는 상 교장이 권력에 접근하기 위한 징검다리였다.
만만해 보이는 상대에겐 협박을 주무기로 사용했고 소송도 상 교장이 즐겨 애용하는 수법중 하나였다.
이도저도 안되면 상대방에 대한 매터도로 옴쭉달싹 못하게 했다. 상문고가 20여년간 그처럼 엄청난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수십차례의 감사·내사를 다 피해가고 국회의원의 자료요구와 교육청의 감사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안하무인을 저지르면서도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상 교장의 지능적 처신술 덕분이라는 것이다.
◇금품제공=상 교장은 평소 『통큰 사람』으로 불리며 학교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로비를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문고의 비리는 해마다 국정감사때면 국회의원들의 단골메뉴중 하나였지만 한번도 속시원히 파헤쳐진 적은 없었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회교육위의 한 의원이 상문고 비리를 조사한다며 자료를 요청했지만 상 교장이 이 의원의 보좌관과 만난뒤 잠잠해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철의원도 『89년 상문고 관계자가 찾아와 1백만원을 놓고가 전신환으로 돌려주었으며 그뒤 여러차례 접근,금품을 주려했다』며 『상임위와 국감에서 상문고 비리를 파헤치려 하면 일부 의원들이 상 교장을 감싸고 돌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장영달의원도 『상문고 재단이사 최모씨가 여러차례 돈봉투를 전달하려 했다』고 밝혔다.
교육계에는 상 교장이 교육청·교육부에서 자신의 모교인 S대 출신들을 중심으로 로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향력 강조=교사들은 상 교장이 청와대 관계자인 P씨의 이름까지 팔며 자신이 「영향력 있는 인물」임을 강조해 왔다고 폭로했다.
상 교장은 또 평소 『미국에 있는 내 별장에는 방학때면 권력자들과 교육계 인사들이 놀러와 방명록에 서명하고 간다』 『국회도,검찰도,교육부도 나를 못건드리는 것만 봐도 내가 얼마나 힘이 있는 인물인지 알 것 아니냐』며 자랑했었다는 것이다.
상 교장은 해마다 신학기가 되면 신입생 학부모들에 대한 정밀한 신상명세서를 작성,관리해 왔고 일이 터질 때마다 학부모들에게 영향력 행사를 부탁했었다는 것이다.
한 교사는 『학부모인 감사원 K씨에게 전화해 로비를 부탁하는걸 들었다』며 『힘깨나 쓰는 사람들중 상 교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라고 말했다.
◇협박=상 교장은 주로 교육청 관료들을 상대로 협박을 일삼아 왔다.
상 교장은 지난해 교육청 감사에서 감사자료를 내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한뒤 교육청 감사관들과 간부들에게 『나를 망신시키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줄 아느냐』며 공공연히 협박을 해왔다는 것이다.
교육청의 한 간부는 『상 교장의 영향력·로비력이 워낙 막강해 웬만한 간부는 투서 몇번이면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라며 『부끄러운 얘기지만 상 교장의 전횡은 교육청 통제를 벗어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소송=상씨는 87년 D건설회사에 학교식당 건축을 맡겼다가 D사가 부실공사를 했다며 소송을 내 4억8천만원을 받아냈다.
A교사는 『상 교장은 부실공사가 진행되는걸 그대로 지켜보다가 공사가 30%쯤 진행된뒤 이를 문제삼아 시공회사를 쫓아내고 보상금까지 받아냈다』며 『상 교장은 다른 건설회사에 그 위에 그대로 건물을 짓게 해 결국 공짜로 건물을 지었다』고 증언했다.<김종혁·예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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