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될만한” 학부모 특별관리/상문고 상춘식교장 3가지명단 은밀보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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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재·법조계등 유명인사만 접근/우수학생은 “일류대” 미끼로 갈취
「사학왕국」의 지배자로 군림하면서 각종 비리를 저질러온 상문고 상춘식교장은 사회유력층 학부모 명단을 관리해오며 자신의 배후세력으로 이용하거나 찬조금을 거두는데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측은 대개 「VIP명단」 「진학안내 학부모명단」 「찬조금 모금대상자」 등 용도에 따라 명단을 작성해 활용해온 것으로 밝혀져 상문고 비리의 배후에는 이들 유력층 학부모의 도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상 교장은 학년초만 되면 각반 담임들로 하여금 학생들로부터 「직업현황조사」라는 명목으로 8절지 시험지에 학부모들의 자세한 직업과 직위를 적어내게 해 이를 학부모관리 기초자료로 삼았다.
학교측은 이들중 일정한 직위이상의 유력인사 명단을 뽑아내 정치·군·법조·언론·교육계 등 8∼9개 활동분야별로 분류한 소위 「VIP명단」을 「1급비밀서류」로 작성,교장실에만 은밀히 보관해 놓고 각종 로비나 찬조금 징수에 활용해 왔다.
또 이들 VIP명단중 학급석차 10위내에 드는 비교적 공부를 잘하는 학생 3명을 3학년 각반에서 뽑아 다시 진학안내 학부모명단을 만들었다.
상 교장은 이 명단에 뽑힌 인사의 자녀를 서울대 등 소위 일류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 특별관리하며 이를 구실로 돈을 뜯어왔다고 교사들은 폭로했다.
각반 교사들은 또 학년초만되면 할당액이 정해지는 찬조금을 거두기 위해 자기 나름의 「찬조금 모금대상 학부모명단」을 만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찬조금 모금대상자는 VIP명단중 주로 은행이나 기업체 임원,기타 부유층 인사에게 선정했으나 각 학급에 정해진 모금액을 채우지 못할 경우 대상자는 그 이하까지 내려오기도 했으며,졸업식 수상자에게는 학부모의 사회적 지위와는 관계없이 모금이 이루어졌다.
상 교장이 VIP명단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85년부터.
84년 자기집에서 상문고 교사들을 불러 자녀과외를 시키다 적발됐으나 당시 학부모였던 5공 실력자 L·A씨 등을 동원해 불구속으로 풀려난뒤 조직적인 학부모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해 1백50명에서 2백명에 이르는 VIP명단에 포함된 유력인사로는 정치계에서는 민자당 의원 K·L·K씨,민주당 의원 L·Y씨,전 안기부 기조실장 E씨,전 총무처장관 K씨,전 내무부장관 K씨 등이 포함돼 있고 군에서는 전 참모총장 P모씨,하나회 출신이었던 L씨 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재계에서는 J그룹 회장 J씨,법조계에서는 C법원장·S검사장,언론계에서는 H씨 등이 포함돼 있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학교측에서는 찬조금 모금을 하면서 소위 「돈될만한 집안」은 다 접촉했는데 한 학생의 아버지의 직업을 「건축업」이라고 표기해 기대를 가지고 만났더니 단순 하도급업자로 판명돼 이 학생을 「아버지 직업을 자세히 적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벌한 촌극도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 취재진이 이들 명단의 인사들에게 일일이 확인전화해본 결과 대부분의 정·재계 유명인사들은 『내가 VIP명단에 들어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고,학교측에 특별히 편의나 금품을 제공한 일이 없다』며 한결같이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두려워했다.
그러나 아들이 상문고 졸업생이라는 모신문사의 간부 C씨는 『어느날 담임으로부터 「자녀진학문제로 상담할 것이 있으니 학교앞 식당에서 만나자」는 전화가 와 나갔더니 「학교사정이 어려우니 도와달라」고 말해 20만원을 줬다』고 말해 학교측이 이들 명단을 토대로 유명인사 학부모들에게 접근했다는 주장이 사실임을 입증해 주었다.<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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