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전 흑인 인권운동가 2명 살해 경찰 출신 KKK단원 종신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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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우월주의 단체 '쿠 클럭스 클랜(KKK)'의 단원으로 흑인 인권운동가를 살해한 전직 경찰관이 범행 43년 만에 체포돼 재판을 받은 끝에 남은 생을 감옥에서 지내게 됐다.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의 연방법원은 1964년 2명의 젊은 흑인 인권운동가를 살해한 혐의로 올 1월 기소된 제임스 실(72)에게 24일 종신형을 선고했다.

경찰관이었던 실은 64년 6월 다른 KKK 단원들과 함께 당시 19세의 흑인 인권운동가 헨리 디와 찰스 무어를 납치해 무기 밀수를 자백하라며 폭행했다. 그러고는 2명의 발에 자동차 엔진과 기차 레일 조각을 매단 뒤 산 채로 미시시피강에 던졌다. 이들의 시신은 수개월 뒤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다 실종된 백인 청년 2명과 흑인 1명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됐다.

실은 당시 체포됐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 났다. 그러나 피살자 찰스 무어의 형인 토머스 무어(63)가 이 사건을 끈질기게 조사한 끝에 실을 미시시피 남부에서 찾아내 납치 및 살인공모 혐의로 법정에 세운 것이다.

실은 체포됐을 당시 "우리도, 당신도, 하느님도 당신이 그 일을 했다는 것을 안다"는 연방수사국(FBI) 수사관의 추궁에 "그렇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진 않겠다. 당신이 그걸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KKK 단원이었던 찰스 마커스 에드워드에 대해선 당시 폭행사건을 증언한 대가로 처벌을 면해 줬다. 이 사건을 포함해 60년대 일어났던 인종차별 범죄 중 몇몇에 대한 재판이 최근 재개되고 있다.

앨버토 곤잘러스 미 법무장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인종차별 범죄는 몇 년이 지났던 간에 법률 범위에서 최대한 기소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잘 보여 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64년 당시 같은 지역에서 인권운동을 벌이던 백인 2명과 흑인 1명을 살해한 이른바 '미시시피 버닝' 사건의 주범이었던 에드가 레이 킬런(82)도 2005년 법정에 세워 져 60년형을 선고 받았고, 올 4월 2심에서도 같은 형량을 받았다.

원낙연.홍주희 기자

◆KKK=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인 1866년 설립돼 현재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극우 비밀결사 조직. 백인우월주의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남북전쟁 이후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 급진파들이 해방된 흑인들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여 백인들의 권력 구조를 타파하려 하자 남부 백인들이 이에 반발해 조직했다. 위협과 공갈.테러 등의 방법으로 흑인들의 정치 진출을 막고 백인의 지배권 회복을 꾀했다. 1870년대 해체됐다가 1960년대 활동을 재개했으나 지속적인 인종차별 철폐 운동 등에 밀려 지금은 세력이 미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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