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와함께보는판결] 불법행위로 손해 땐 월소득 240배까지 배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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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호 12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975년 인민혁명당 사건으로 사형이 집행된 피해자 8명의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판결을 21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금 245억원에 지연 손해금 392억원 등 모두 637억원을 지급하도록 명했다. 이번 판결은 국가기관이 저지른 야만적 범죄에 대해 32년이 지난 시점에서 뒤늦게나마 배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족들은 위자료 명목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피해자 본인은 10억원씩, 처나 부모는 6억원씩, 자녀는 3억5000만~4억원씩, 형제자매는 1억5000만원씩을 배상하도록 명해 주목을 끌었다. 법원이 위자료로 수억원을 인정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담당 재판부는 체포·구속 과정의 위법,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 침해, 수사기관의 고문, 자백 강요 및 증거의 부실, 원칙을 어긴 유죄 선고 및 전격적 사형집행, 명예회복 및 구명운동의 방해 등을 손해배상 책임의 근거로 제시했다.

사람의 생명·신체가 피해를 당한 경우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결정하는지 살펴보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액은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위자료를 합쳐 결정된다. 여기에서 적극적 손해는 치료비, 개호비(介護費), 장례비 등 그 불법행위가 없었으면 지출하지 않았을 비용을 말한다. 이런 비용은 지출 근거가 명백하므로 손해액을 산출하기가 비교적 쉽다.

소극적 손해는 그 불법행위가 있었기 때문에 얻지 못한 이익(일실수입)을 말한다.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경우에는 정년까지의 수입을 손해액으로 인정하는데, 미래에 얻을 수입을 피해가 발생한 날의 현재가치로 환산한다. 예를 들어 1년 뒤 1000만원을 벌 수 있는 사람이라면 민사 법정이율(연 5%)을 뺀 950만원을 인정한다.

이때 직장이나 특별한 기술·자격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통계조사로 얻은 일용노임을 인정한다. 요즘 보통인부의 일용노임은 5만8000원 정도이므로 월 22일을 일한다고 볼 때 월소득은 127만원 안팎이 된다. 여기서 노동능력의 일부만 상실한 사람은 그 상실비율만큼만 인정한다. 또 과잉배상이 되지 않도록 배상액이 상실된 월소득의 240배를 넘지 않도록 한다. 사망한 경우에는 통상 생계비로 월소득의 3분의 1을 공제한다.

군을 막 제대한, 특별한 직장이나 기술이 없는 피해자를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그가 노동능력을 100% 잃었을 경우 소극적 손해, 즉 장래 수입의 상실은 3억624만원(5만8000원X22일X240)이 된다. 만약 사망했다면 생계비를 뺀 2억416만원이다.

위자료는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위로하기 위한 금전이다. 법원은 빈번한 사망사고 유형인 교통사고의 경우 위자료를 5000만원 정도로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살인사건 등 고의에 의한 경우에는 위자료가 더 많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한편 인혁당 사건과 같은 극단적인 피해는 아니더라도 수사기관에 의해 구속되었다가 무죄판결을 받은 경우에는 형사보상 절차에 의해 어느 정도 피해를 보전할 수 있다. 하루 5000원 이상 최저임금 5배 이하의 범위에서 법원이 보상액을 정한다. 현재 최저임금이 1일 2만7840원이므로 1일 보상액의 한도는 13만9200원이 된다. 법원은 수감생활의 고통을 고려해 대개 상한에 가까운 보상액을 인정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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