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신용융자 이제는 길고 적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폭락장에 구멍 난 신용융자=최근 주가가 폭락하면서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거래가 투자자 사이에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3월 말 1조원대에 불과하던 신용융자잔액이 5월 말 4조8000억원대까지 급증했고, 6월 한때 7조원대를 넘어섰다. 이후 금융감독원의 권고로 신용 융자가 줄어들긴 했지만 최근 4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달 25일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돌파한 직후 급락하면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담보가 부족해진 신용 융자계좌가 속출하기 시작한 것.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위권인 10개 주요 증권사의 담보 부족 계좌는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대폭인 125포인트 이상 떨어진 16일 현재 4371계좌, 337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담보 부족이 가장 많은 곳은 대우증권으로 1290계좌, 88억원이었다. 이어 동양종금증권(406계좌, 43억원)·한국투자증권(360계좌, 40억원) 순이었다. 이들 10대 증권사의 신용 융자 잔액은 전체 증권사의 74%를 차지한다.

 주가가 급락하면 빚을 내 주식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의 담보가 부족해지고 증권사는 담보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싼 가격에 고객의 주식을 내다 파는 반대매매에 나서게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반대매매에 나서면 개인투자자들의 직접적 손실뿐 아니라 시장에 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양날의 칼’ 신용 융자 거래=신용 융자거래란 기본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투자하는 방법이다. 빚까지 내 주식 투자를 하기 때문에 예상대로 주가가 상승한다면 자신이 가진 돈만으로 투자한 것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증권 감독 당국 입장에서 볼 때도 신용거래의 한도나 보증금률을 조정해 증시를 부양하거나 진정시키는 정책수단으로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주가가 반대로 떨어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선 주가가 떨어진 만큼 손해를 보고, 또 빚을 내면서 이자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우리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자율이든 타율이든 신용 융자 잔액을 미리 줄여놓기를 잘했다”며 “특히 투기성 종목 위주로 위험 관리를 해왔기 때문에 지수가 폭락했지만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 융자 거래 이렇게 하라=기대수익이 크면 위험도 큰 법이다. 이 때문에 신용융자 거래는 초보 투자자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증시의 방향을 어느 정도 내다보고 분석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 적합한 투자 방법이다.

 신용거래 때도 단기보다는 중장기로 투자한다는 마음을 가지면 투자가 한결 쉬워진다. 단기보다는 중장기적 주의 움직임을 예측하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신용 융자는 만기가 150일 안팎이지만 더 긴 것도 있다. 한국증권금융의 경우 최장 270일까지 신용 융자를 제공한다. 한국증권금융 박전규 시장지원팀장은 “증권사에서 신용거래를 틀 때 증권금융의 융자를 받고 싶다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만기가 긴 신용 융자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를 모르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투자금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빌리는 것도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자기 투자금의 100%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권고한다. 박 팀장은 “자기 투자금의 100%만 빌려 투자한다면 주가가 30% 폭락해도 증권사가 반대매매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융자 상한선까지 최대한 돈을 빌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