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살림 더 쪼들릴 형편/지방의원·보조원에 보수 주게 되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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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외국선 소의회제 채택한 경우만 지급/“지방의회 구성 근본취지에 어긋난다”
여·야 정치특위의 합의로 내년 새로 구성되는 지방의회부터 지방의원들에게 매월 의정활동비가 정액 지급되게 됨으로써 지방의원의 무보수·명예직 원칙이 사실상 깨지게 됐다.
3일 국회를 통과한 지방자치법은 기초자치단체 의원들에게는 의정활동을 위한 조사·연구 등 자료수집비를,또 광역자치단체 의원들에게는 자료수집비외에 자료수집을 위한 보조원들의 활동비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활동비를 지급해야할지 그 규모는 앞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있어 아직 활동비 규모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지방의원들이 줄기차게 봉급제를 요구해왔으므로 실비보전 수준의 활동비 지급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지금까지 지방의원들에게는 회기중 일비를 지급했는데 기초의원은 회기중 하루에 3만원,광역의원은 5만원씩 의원 1인당 기초의원은 연평균 3백여만원,광역의원은 5백여만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광역의원 8백66명,기초의원 4천3백4명에게 매달 실비보전 수준의 활동비가 지급되게 됨으로써 막대한 지방예산이 이들 의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게 돼 그렇잖아도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에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로 마련된 지방자치법은 시·도 의원들에게는 유급보조원까지 두도록 규정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압박을 더욱 가중시킬 전망이다.
또 내년부터 본격적인 지방자치를 앞두고 자치단체의 경쟁력 강화와 어려운 지방재정 극복수단의 하나로 정치권에서 도농통합형 행정구역 개편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지방재정을 어렵게 할 활동비 지급이 결정돼 앞뒤 손발이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국의 경우 지방의원은 일본과 프랑스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대부분 무보수·명예직이다. 일본을 제외하고 보수를 지급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소의회제를 채택하고 있고 대부분 나라에서 지방의원이 자치단체의 간부를 함께 겸임하는 상근의원제를 택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시의 경우 인구 3백20만명에 시의원은 고작 15명이고 이들은 집행기관인 시의 국장 등을 겸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당초에 무보수·명예직을 대전제로 대의회제를 채택,지방의원수가 5천1백60명에 이르고 비상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의회규모는 그대로 둔채 사실상 이들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이같은 지방의회 설립의 대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내무부 관계자는 『보수제를 실시하려면 당연히 지방의회 규모를 최소한 현재의 절반수준으로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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