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 "뽑을 교수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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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가 신임교수 공채에 실패했다. 1946년 설립 이후 61년 만에 처음이다.

공대는 9월 1일자로 발령할 예정인 올 2학기 신임교수 공채에서 지원자들이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아 채용하지 못했다고 21일 밝혔다. 공대는 지난 3월 기계항공공학부, 전기.컴퓨터공학부, 재료공학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조선해양공학과 등 5개 학부(과) 신임교수 7명을 채용하겠다고 공고했었다. 그 뒤 모두 40여 명이 지원했다. 대학 측은 "지원자 모두 연구 성과가 부족했다"며 "우수 인재들이 대부분 해외 대학이나 기업 연구소로 빠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 6월 서울대 공대가 국내 처음으로 도입한 학장 외부 공모 역시 무산됐다. 20일 마감된 공모에 지원한 8명 모두 서울대 교수들이었다. 외부 지원자는 없었다. 서울대 공대 교수의 채용 기준은 '박사학위 소지자로 교원 임용에 결격사유가 없으며 영어 강의가 가능한 자'라고 돼 있다. 지원자 대부분은 해외 유명대학 박사학위 소지자로 이 같은 기준은 충족했다. 하지만 이들은 해당 학부(과) 정교수들이 주관하는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서울대 공대 교수 채용 심사는 ▶전공심사 ▶면접 ▶임용적합성 평가로 나눠진다. 전공심사에선 '논문 200%룰'(1년에 2편 이상)을 기본으로, 최근 3년 이내 국내외 정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심사위원 교수는 제출한 논문을 놓고 질과 학문적 가능성을 깐깐하게 따진다. 심사에 참여한 한 공대 교수는 "대부분의 지원자가 양적으로는 기본 요건을 충족했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뛰어난 연구 실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건우 공대 부학장은 우수 인재가 국내 대학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강의.연구 외에 잡무가 너무 많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부학장은 "총장.학장 선에서 결정하면 될 일을 교수 전체회의를 여는 경우가 많다"며 "(회의가 없는) 미국 가서 한 달만 연구해도 국내에서 열 달치 한 것보다 많이 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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