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콧대 높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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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개발 기대감에 몸값도 상승=시장정비사업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재래시장을 되살리고, 시설 등의 노후·불량으로 인한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시작됐다. 정부는 특별법을 만들어 주거지역의 경우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올려주고 있다.

 이 사업은 재래시장을 모두 헐고 새 건물을 짓는 것으로, 단순히 시설·설비 등을 정비하는 시장 현대화사업과는 다르다. 기반시설이나 건물 등이 노후·불량해 안전상 문제가 있는 시장 등이 대상이다.

 지난해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진 성북구 길음동의 길음시장은 최근 시장정비사업 추진계획안을 마련해 주민공람을 하고 있다. 성북구와 길음시장재정비사업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길음시장은 지상 24층, 연면적 6만6900여㎡ 규모의 주상복합건물로 탈바꿈한다. 추진위 공태식 위원장은 “1967년 형성된 길음시장은 시설 노후화 등으로 시장으로서의 경쟁력을 상당 부분 상실한 상태여서 재개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한때 동대문 상권을 대표했던 흥인·덕운시장은 지하 7층, 지상 18층 규모의 복합상가(맥스타일)로 재건축된다. 지상 8층까지는 쇼핑몰로, 지상 9층부터는 오피스텔로 꾸며진다. 현재 터닦이 공사와 함께 일반에 10년 임대 방식으로 상가를 분양 중이다. 새 상가는 2009년 10월께 문을 연다.

 동작구 흑석동의 대표 재래시장이었던 흑석시장도 2009년 말께 지상 20층의 주상복합건물로 다시 태어난다. 흑석시장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해 가을 주상복합아파트 108~151㎡형 154가구를 일반에 분양했다. 입지 여건이 좋고 주변으로 개발 호재가 많아 분양이 잘 됐다. 가을께는 상가도 일부 분양할 전망이다. 조합 측은 현재 조합원 분양을 준비 중이다.

 이 같은 시장정비사업을 통해 재래시장이 현대식 상가건물 등으로 탈바꿈하면 대형 할인마트 등에 뺏겼던 소비자들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상가뉴스레이다 선종필 사장은 “일부 재래시장은 뛰어난 입지에도 불구하고 낙후된 시설 등으로 그동안 외면받아 왔다”며 “이런 곳이 재개발·재건축돼 현대식 상가로 거듭나면 소비자들의 발길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 기대감으로 재래시장 내 상가 몸값도 오름세다. 길음시장의 경우 지난해 초 대비 ㎡당 303만원가량 올라 현재 ㎡당 1060만~1212만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 길음동 R공인 관계자는 “개발 기대감에 몸값이 많이 올랐다”며 “매수세가 활발한 것은 아니지만 워낙 매물이 적어 나오면 바로 소화된다”고 전했다.

 ◆입점 후 수익률 등 꼼꼼히 따져야=시장정비사업은 주택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비슷하다. 사업시행구역 내 상가나 주택 등을 매입하면 신축 건물의 상가나 아파트 등을 분양받을 수 있다. 주택 재개발·재건축과는 달리 지분 거래에 제한이 없어 언제든지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그러나 시장정비사업에 투자할 때는 해당 시장의 상가 수, 조합원 수, 사업진행속도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 특히 사업추진계획이 승인 고시된 날로부터 3년 안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추진계획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의 사업 추진 의지나 단합 정도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 다만 한 차례에 한해 2년간 연장할 수 있다.

 시장정비사업도 주택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마찬가지로 사업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에는 지분 가격이 많이 올라 투자 가치가 크지 않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시장정비사업은 주택 재개발·재건축에 비해 용적률 등에서 혜택이 많고 사업 속도도 빠른 편”이라며 “다만 투자할 때는 시장의 입지나 주변 상권, 새 상가 입점 후의 수익률 등을 꼼꼼히 따지고 분석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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