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로가보자>30끝.우주민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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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천체를 상징으로 해 만들어진 국기는 꽤 많다.예를 들어 바로이웃인 일본만 해도 국기는 태양을 상징하고 있다.하지만 태극기는 세계의 수 많은 국기중 유일하게「우주의 원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다.이는 바로 전세계에서 우리 민족만 큼 우주와 하늘을 사랑하고 숭상해 온 민족도 별로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해 주고 남음이 있다.애국가에도 「하느님」이 나오지 않는가.
우리 민족은 태고때부터 우주를 관측해 왔으며 첨성대.서운관.
관상감 등의 독립된 왕립천문기관도 계속 이어져 내려왔다.가정에서조차 남편이 파란 베개를,아내는 빨간 베개를 사용하는 우리를「우주민족」이라고 일컬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우주민족적 전통이 있었기에 세종대왕은 七政算(曆書의 일종)과 같은 민족과학을 완성시키도록 해 중국을 통해 입수된 천문우주과학을 가지고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천문현상을 정확히예측할 수 없었던 폐해를 시정하고 조선왕조의 권 위를 더욱 높일 수 있었다.하늘이 내린 제왕이 하늘의 일을 몰라서야 말이 되겠는가 하는 관점에서 시행된 이 일은 민족의 자긍심 차원에서본다면 한글창제 못지 않은 대왕의 치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우주민족의 현주소는 어떠한가.어떻게 이렇게 철저하게 몰락할 수 있을지 신기할 정도다.歌舞를 사랑하는 전통은 오늘날 성업중인 노래방에 남아 있지만 우주민족적 전통은 간 곳이없다.피서지의 맑고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에서 자 녀들에게 직녀성.견우성을 가리켜 줄 수 있는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되는가.왜우리나라 어린이는 ET를 만나면 안되는가.우리 역사상 독립된 천문기관이 없는 때는 일제치하와 지금이라는 현실,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맥빠지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지난해 4월「별의 축제」여의도행사에서 초.중.고학생들에게 뭔가를 알려 주려 진지하게 설명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엄마의 손을 잡고 온 어린이들이 열심히 질문하는 모습 또 한 너무 인상깊은 것이었다.「민족운동」이란 결코 거창한 구호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산 교육장이기도 했다.그러한모습들이 우주시대 이 우주민족의 부활을 가능하게 하고 대통령 후보들이 저마다 우주개척을 선거공약 의 일부로 내세우도록 만드는 밑거름이 되리라 믿어의심치 않는다.천문대는 앞으로 이러한 과학문화사업에도 혼신의 힘을 다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자,우리모두 우주로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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