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갯벌은 살아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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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흑백TV 시절부터 KBS를 통해 장기 방영됐던『동물의 왕국』을 지켜봤던 시청자라면,자연 다큐멘터리가 얼마나 큰 정서적 호소력을 갖는지 실감한 적이 있을 것이다.아프리카 벌판의 하이에나나 얼룩말을 보노라면 스스로 그 속에 살고있는 듯한 착각 속에서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깨우치곤 했었다.
화면속의 주인공이 아프리카의 동물들이 아니라 잊고 있었던 우리 주변의 동물들이라면 그 경이감과 호소력은 더욱 클 것임에 틀림없다.
17,18일 방송된 MBC-TV 특집다큐멘터리『갯벌은 살아있다』2부작(연출 장덕수)은 그런 느낌을 전해준 역작이었다.
이 프로는 갯벌을 주로 생태학적인 면에서 살펴보았다.우리나라서해와 남해에 드넓게 펼쳐져 있는 갯벌은 풍부한 유기물질 덕에수많은 해양동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여기서 펼쳐지는 해양동물들의 생존경쟁과 새 생명의 탄생을 꼼꼼하 게 보여줬다.
이 프로의 큰 장점은 신선한 장면을 담뿍 담고 있는 것이다.
치설을 이용해 조개껍질을 뚫고 속살을 파먹는 갯우렁,위장용 조개껍질을 지고 다니는 조게치레(일명 지게게),시계방향으로 빙빙돌며 짝짓기를 하는 민챙이의 모습등은 그 자체로 볼만한 구경거리였고 생생한 자연학습이었다.
제작진은 첨단장비를 동원한 특수 촬영과 전문가의 실험을 통해이런 모습을 알기쉽게 제시했다.
『갯벌은 살아있다』는 참신한 소재를 선택한 기획력과 제작진의치열한 노력이 맞물려,갯벌에 대한 관심의 환기라는 제작의도를 충족시켰을뿐 아니라 자연 다큐멘터리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으로평가받을 만하다.다만 30분짜리 테이프 2백개 의 촬영분량을 두시간이 못되는 분량으로 압축해 너무 많은 내용을 조급하게 나열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흠이었다.해양동물의 생태 외에 인근 어민의 생활모습,갯벌 간척의 문제점등 별도 프로로 다룰만한내용까지 모아 담다보니 초점이 흐 려지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제작보다는 방송 편성의 문제다.내용이 충실하고 공들인 프로라면 마땅히 확대편성을 해야 할 것이고,공들인 프로라면 밤11시대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볼수 있는 저녁 시간대에 배정해야 할 것이다.
〈郭漢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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