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춤춰도 70%는 “울상”/증시 9백선 돌파 숨겨진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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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활황속 양극화」 투자자 희비 부작용 줄여야
종합주가지수가 증권당국의 몇차례에 걸친 주가진정책에도 불구하고 오랜 저항선이자 대망의 1천포인트 고지탈환을 위한 교두보로 여겨져온 9백포인트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대업」을 이룬 증권가엔 승리자로서의 기쁨이나 넉넉함보다도 불안감이나 배반감같은 무거운 분위기가 더 짙게 깔려있다. 현재의 상승 장세가 뭔가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가상승이라는 전리품 분배에서 전체 투자자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 소액투자자들이 철저히 제외됐다. 종합주가지수 9백선이 돌파된 27일도 주가가 내린 종목이 오른 종목보다 두배나 많았다. 고가주만 올랐고 일반 투자자들이 많이 갖고 있는 1만5천원 이하의 저가주는 또 떨어졌다.
지난해 가을이후 점점 심화되고 있는 이같은 주가의 양극화현상은 외국인들이 도입한 내재가치 위주의 「정석투자」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으로 풀이되기도 하나 일반인들은 기관투자가들의 수익률 게임으로 빚어진 「주가 왜곡」으로 보는 정서가 강하다.
게다가 금융실명제로 「설땅」이 마땅찮아진 사채업자 등 「큰손」들이 일부 기관들과 연계해 종목당 투자한도가 없는 은행신탁계정 등을 이용하는 방법에 의한 주가조작이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기관투자가들이 증시에서 치열한 수익률 경쟁을 벌이는 것은 금융실명제이후 시중의 자금사정이 넉넉해졌고 이에 따라 금리가 지속적인 하향안정세를 보이면서 이들의 여유자금이 유일한 「돈 생길 구멍」인 증시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활황장세가 본격적인 대세 상승국면으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먼저 이같은 「돈 놓고 돈 먹기」 투자행태속에서 빚어지는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는 일이 급선무라는게 증권계의 지적이다.<김동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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