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체전 꼭 없애야 하나/김준범 통일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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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민」이 넘치고 있는 지금 「군사」는 모조리 추방돼야 하는가.
국방부가 육·해·공군 사관생도들의 고유한 문화공간인 3사 체육대회를 올해부터 폐지키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문득 떠올리게 되는 질문이다.
군당국에 따르면 올해로 41회째를 맞는 3사체전이 생도간 우의증진과 단결력 배양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대회준비 과정에서의 수업결손 및 지나친 승부욕으로 인한 부작용도 심해 이를 폐지하는 대신 각 사관학교 학년별 소규모 체육행사로 바꾸기로 했다.
이 방침의 배경에는 또 『과거와는 달리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등에 밀려 인기가 시들해졌으며 모든 생도가 참가하는 대규모 대회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후인 54년부터 시작된 3사체전은 생도들이 각 사관학교를 순회하며 3일동안 축구·럭비·육상 등 3종목에서 기량을 겨루는 「화랑도들의 무예의 공간」으로 자리잡아왔었다.
따라서 3사체전은 운동시합 그 자체보다 일사불란하고 절도있는 젊은 생도들의 패기찬 모습으로 오락·레저시설이 흔치 않던 시절 일반인들에게도 큰 볼거리였고 특히 군의 기간이 될 사관생도들의 사기를 높이는 역할을 해왔다.
일반 대학생들이 연고전이라는 체육대회를 통해 그 나름의 표현양식을 담아냈다면 사관생도들은 바로 이 체전을 통해 무인으로서의 가치관과 삶의 양식을 표현해냈다.
그래서 3사체전은 생도들은 물론 졸업한 장교들에게도 꿈과 낭만이 서린 그들만의 축제공간이었다.
특히 프로럭비가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3사체전의 럭비경기는 국내에서는 유일한 관람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했었다.
그런 3사체전이 없어지는 것은 군을 아끼는 국민들에게 아쉬움을 남길뿐 아니라 사관생도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점에서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당국이 지적했듯이 3사체전이 수업에 지장을 준다거나 지나친 승부경쟁,사관생도간 이질감 조성 등 부작용이 있다면 그 방법을 개선하면 될 것이지 그 자체를 폐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과거 군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낭비요소를 줄이고 행사의 간소화 등을 추진하고 있는 군이 3사체전을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의 한 부분으로 파악했다면 군을 아끼는 국민의 마음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며 중심가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반증이다.
국민은 군이 정치적 세력화하거나 국민의 세금을 무절제하게 쓰는데 비판적이지 군이 사기가 위축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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