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개편론/다시 물위로 부상/민자제기에 민주 일부도 공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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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야 이해얽혀 성사여부 불투명/“기초단체만이라도 추진해야”/민자/득실 저울질… 도농통합형 검토/민주
시·도·군·구 등으로 된 현행 행정구역 개편요구가 12일 민자당 당무회의에서 정식으로 제기됐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의 필요성에 따라 김영삼대통령의 수차례에 걸친 부인 발언으로 쑥 들어갔던 행정구역 개편론이 다시 탄력을 얻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민자당 당무회의에서 정순덕·구자춘의원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정치적 논란이 있는 서울시와 광역은 별도로 하더라도 기초지방자치단체의 통폐합을 본격 검토해야 한다』고 당지도부에 정식으로 요구했다. 두의원은 『5,6공때 위인설관식으로 행정구역을 과잉 세분화해 무수한 문제를 낳고 있다』며 『단계적으로 국민의 이해를 얻어 개편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시·도체계의 문제점으로는 ▲행정기관의 중복에 따른 인력과 비용의 낭비 ▲시·도간의 불필요한 경쟁과 갈등에 따른 소지역감정의 심화 ▲군지역의 공동화 및 시의 토지부족으로 인한 장기발전의 제약 등이 지적된다.
생활권은 물론이고 역사·전통·관습·혈연 등 모든 것이 하나인 군단위 지역에 행정관청은 두개인 곳이 수두룩하다. 이에 따라 공무원들의 인건비는 말할 것도 없고 쓰레기처리에서부터 재정에 이르기까지 비용이 배나 든다는 것이다. 이와같은 시·군지역은 밀양·김해·제천·속초·동해 등 전국적으로 수십곳이 된다. 이들 시·군만 통합해도 예산이 엄청나게 절약된다는 것이 개편론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개편론자들은 『자치단체장선거가 끝나고 나면 행정구역 개편은 영영할 수 없게 된다』면서 행정구역 조기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김덕룡 정무1장관 같은 도시출신 의원도 사견임을 전제로 『사실 행정구역개편을 핵심으로 하는 행정개혁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나아가 『서울은 별도로 하더라도 교통·통신이 발달한 요즈음인 만큼 시·군 통합은 물론 면단위를 광역화하고 도도 지금보다 작게 쪼갤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 당직자들은 대체로 행정구역 개편에 난색을 표하거나 아예 외면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정수 사무총장은 그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단체장선거의 책략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반대했다. 행정구역 개편의 걸림돌은 그러나 일선 공무원들의 거센 반발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시·군이 통합되면 무엇보다 자리가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시·군이 통합될 경우 국회의원 자리도 줄어들게 되는 등 정치인들의 이해관계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지방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을 검토하고 그에 따르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신중하게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행정구역 개편안중 일부 시·군의 통폐합을 통해 도농통합형 행정구역을 만드는 안이 깊이있게 논의되고 있다. 지역여건상 필요한 경우에 한해 직할시에도 군을 두고 일반 시에는 읍·면을 둘 수 있도록 한다는 방안이다. 정치특위 간사였던 박상천의원은 『서울시의 분할은 곤란하나 도농통합형으로 지방행정구역을 재조정하는 문제는 고려해볼만하다』는 의견을 밝혔다.<박영수·김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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