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파고드는 어린이 게임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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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스크린북.게임북.하이퍼북….생소한 이름과 형태로 어린이와 학부모들의 눈길을 끄는 어린이도서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종래의「책」개념과 전혀 다른 이 책들은 집중력.지구력.창의성.사고력등 올부터 시작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꼭 필요한 특성과 자질을길러줄수 있다는게 출판사들의 한결같은 주장.특히 TV나 전자오락에 탐닉하는 대부분의 요즘 어린이들도 너나없이 좋아할만큼 재미있기 때문에 인쇄매체와 친숙해질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자랑은독서지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 진 학부모들을 솔깃하게 한다.그러나 흥미위주로 오락성이 높아 차분히 정독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하게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90년 첫째권을 선보인 이래 소위「찾아라」선풍을 주도해온『월리를 찾아라』시리즈는 지난 10월「월리,헐리우드에 가다」로 여섯권으로 된 시리즈를 완간했는데 이미 총 판매부수가 2백만부를넘어섰다.
「찾아라」선풍을 타고 숨은 그림 찾기 종류의『둘리를 찾아라』『신밧드를 찾아라』등이 쏟아져 나왔으나「월리…」의 인기에는 크게 못미치는 실정.또 원색 중심의 그림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빛과 색의 조화에 따라 드러나는 영상을 감상하거나 감 춰진 그림을 찾는 재미를 겨냥한 각종 스크린북도 상당수에 이른다.
「역할놀이」라는 게임북 형태의『주라기 공원』도 한발 앞서 국내에 번역소개된 원작과 상영된 영화의 인기까지 겹쳐 시판 한달만에 5판을 거듭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 MCA와의 판권계약에 따라 이 책을 펴낸 가메엔터프라이즈의 劉昌龍씨는『독자가 주어진 순서대로 책장을 넘기는게 아니라자신이 주인공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도록 돼있어 컴퓨터게임에 친숙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흥미를 끄는 것 같다』고 말한다.뒤이어「하이퍼북」이란 이름으로 지난 7월부터 시작돼 최근 제8권으로 완간된『슈퍼마리오』시리즈도 출간 10일만에 3판을 인쇄하는등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TV영화와 전자오락게임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배관공 슈퍼마리오가 겪는 갖가지 어려운 고비마다 조각맞추기.퍼즐.암호해독.숨은 그림찾기.낱말맞추기 등을 통해 하나하나 풀어가도록 되어있는모험북. 독서에 필요한 끈기와 집중력이 대체로 부족한 요즘 어린이들도 그 재미에 끌려 끝까지 읽어내는 사이 논리력과 사고력을 기르게 된다는 것이 일본 닌텐도사와 저작권 협약을 맺어『슈퍼마리오』시리즈를 펴낸 도서출판 산하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특별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어린이도서들은 거의가 외국출판물.
그 내용과 그림이 모두 외래문화 직수입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을뿐더러 저작료 부담도 만만치않다.『월리…』의 경우 판매수익의7%,『슈퍼마리오』는 5%를 각각 저작료로 지불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어린이도서연구회 李柱英씨는『주로 전자오락이나 영상매체의 인기에 편승한 것인만큼 일시적 현상일것』이라며『사실상 독서력을 키우는데는 별 도움이 안된다』고 말한다.
한가지 상황을 다양하게 해결할수 있도록 되어있는 것은 강점일수 있지만 지나치게 오락적인 책들만 거듭 읽을 경우 정작 서사적.서정적인 동화라든가, 차분히 생각하며 읽어야하는 책들과는 오히려 멀어질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보문고의 高承在과장도『함께 책을 사러온 자녀들이 떼쓰는 바람에 다른 책들에 비해 훨씬 비싼편(스크린북 종류는 권당 1만원 안팎)인 이런 책들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냉정하고 계획성있는 구매태도가 아쉽다고 말한다.
〈金敬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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