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광장>언어습관과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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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나이와 상관없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있는 한대의 매가 있다.여섯살때인지 일곱살때인지 정확하지 않지만 당시의 여린 뺨에 가벼이 와 닿으며 찰싹 소리를 내던,맵게만 느껴지던 어머니의 손길이었다.그것은 내가 어릴때 한동안 지니고 있던 한 습관때문에 빚어진 것이었다.
말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하는 나이에 나는 가느다랗다는 단어와 얇다라는 단어를 자주 혼동해 썼고,여러번 부모님의 주의를 들은바 있었지만 거의 6개월이상을 한번 머릿속에 들어온그 언어습관을 고치지 못했다고 한다.어머니의 맵 싸하고 서운한손길이 뺨에 닿을 때까지.
그까짓 말한마디 잘못으로 뺨을 때리시다니.좀더 커서도 나는 그때의 습관에 비해 매의 크기가 부당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남아있었고 그러는 과정에서 서서히 말과 표현의 중요성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그 매가 없었더라면 어쩌면 말을 통해 세상을 그려내는 소설쓰기가 나의 운명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점점 빈곤해지고 경박해지는 우리의 언어습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다.우리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면 논리적인 사고,상대적.교류적 사고에익숙하지 않은 전반적인 문화적 분위기에서 이 언어빈곤화 문제가가시화되기 때문이다.
결과위주의 교육,단기적인 효과주의 교육의 맥락에서 한 나라 문화 방향을 결정하기까지 하는 언어에 대한 인식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어느 누구도 훌륭한 언어습득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유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시대착오적인 언어의 보 수주의 만큼이나 언어가 천대받는 시대의 문화는 피폐되게 마련이다.언어는 삶,그 자체의 거울이기에.
내가 어머니의 한대의 매가 주는 교훈을 두고두고 생각하는 이유는,나 자신 수시로 흐려지려는 언어습관의 함정의 유혹을 받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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