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뭉친 「북미경제」(NAFTA 출범:4·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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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 “이젠 UR타결에 전력”/EC 수세몰려 타협 애쓸듯/연내 타결 점차 가시권으로/“쌀만은 불가” 한국은 더욱 외로운 싸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미 하원에서 비준됨에 따라 그동안 교착상태에 있던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의 연내 타결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NAFTA에 온 힘을 쏟아 UR 협상을 잠시 뒤로 미뤄놓았으나 이번 하원 비준을 계기로 NAFTA에 투입했던 정력과 인력을 UR에 집중시켜 패스트 트랙(신속처리권한) 종료시한인 다음달 15일까지 협상이 타결되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또 NAFTA 비준을 계기로 미 행정부의 입지가 강화되고 그동안 협상에서 공세를 취하던 유럽공동체(EC)가 수세에 몰려 타협점을 찾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주 UR 대책실무위원회(위원장 강봉균 경제기획원 대외경제조정실장)를 열어 UR 협상의 연내 타결가능성이 더욱 커진데 따른 협상전략의 재정비에 착수했다.
이와관련,정부 고위관계자는 『UR 협상의 성공적 타결은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며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협상타결을 위해 전진적인 입장을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협상에서 균형이 이루어지려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입장차이가 반영돼야 하며 특히 우리 정부로서는 쌀시장 개방은 예외로 인정돼야 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UR 협상은 ▲공산품 ▲서비스 ▲농산물 등 크게 3분야로 진행중인데 우리 정부는 공산품 및 서비스분야에서는 협상타결에 도움이 되도록 최대한 양보를 하되 농산물 분야에서만은 「쌀시장 개방불가」 원칙을 고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19일 오는 99년부터 철강·건설장비 등 8개 산업분야 60개 품목의 관세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UR관세부문 양허계획서」를 가트(관세 및 무역일반협정) 사무국에 제출했다.
그러나 공산품 및 서비스분야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이같은 「전진적 자세」에도 불구하고 농산물협상에서 쌀시장을 지켜나가기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허신행 농림수산부장관은 18일 국회에서 『쌀을 포함한 4개 품목을 개방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으나 UR협상의 돌아가는 분위기로 보아서는 쌀 하나도 지키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은 「예외없는 관세화」를 계속 요구하고 있고 우리나라를 방문한 레온 브리탄 EC 집행위 부위원장은 『한국이 쌀시장 개방에 대해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서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UR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들은 『국내에서는 쌀시장 고수의 목소리가 거세지만 협상 현장의 분위기는 이와 전혀 다르다』면서 『각국 대표들을 만나 우리 농업의 현실을 설명해도 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나라가 거의 없다』고 협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게다가 일본은 쌀시장을 개방한다는 전제아래 미국과 협상을 진행중이고 미국과 EC(특히 프랑스)와의 줄다리기는 농산물 개방 문제가 아니라 수출보조금에 관련된 것이어서 UR 협상에서 「쌀시장 고수」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갈수록 외로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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