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민자 인적청산” 총공세/국회 대정부질문 통해 집중부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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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개혁대상” 구체인물 들어 조치 촉구/여 긴급회의등 민감한 반응… 쟁점화
국회 대정부 질문 첫날인 28일 정치분야 질문에서 민주당의 임채정·장기욱의원은 현재 끊임없는 내홍을 겪고 있는 민자당의 내부분란을 집중적으로 겨냥한뒤 민자당내 수구세력 청산 등 「개혁주체의 재정비」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양 야당 의원이 김종필대표와 허삼수·허화평의원 등 민자당내 청산대상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민자당은 본회의 직전 김종필대표 주재로 긴급 당직자간담회를 갖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 문제는 향후 정치권의 쟁점이 될 조짐이다.
특히 과거 군사정권의 직접적 피해자인 재야출신들로 구성된 당내 개혁모임의 이사장·운영위원장이기도 한 임·장 양 의원은 이날 『철저한 과거청산 없이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는 원칙을 강조해 『진상규명후 용서하자』는 당지도부의 입장과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임채정의원은 『민자당이야말로 김영삼대통령 취임이후 가장 그 위상이 애매한 정치집단』이라고 못박은뒤 『다수의 세력이 여전히 기득권 유지를 추구해 계파간 갈등이 빚어지는 등 개혁주체라기보다는 오히려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임 의원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들어간다』는 3당 통합시 김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김 대통령은 권력은 잡았으되 호랑이는 잡지 못했다.
오히려 호랑이,즉 수구기득권 세력과 손잡고 불안전한 동거체제를 이루고 있다』고 비유했다.
장기욱의원은 『12·12 쿠데타와 5·17의 오점 위에서 탄생한 민자당내의 반민족 반민주행위자·부정부패 관련자들에 대한 과감한 조치가 반드시 단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개혁주체로서의 민자당 위상에 역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임 의원은 『대통령 자신이 쿠데타로 규정한 5·16의 핵심당사자요 민자당내 민주산악회에서조차 「반개혁세력의 수장」으로 지칭한 김종필씨가 개혁시대 집권여당의 대표로 있다는 것은 납득키 어렵다』며 김 대표를 명시적으로 지목했다.
장 의원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허삼수·허화평의원을 거론했다.
그는 나아가 『요즘 민자당내에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줄로 안다』며 『12·12 쿠데타후 내란죄를 완성시킨 입법회의 출신들중 개혁 내각과 개혁국회에 남아있는 사람의 명단과 현 직책을 소상히 밝히라』고 황인성총리를 추궁했다.
임·장 양 의원은 이날 딸의 편법입학과 부인의 절대농지 위장매입·용인땅 투기 등을 주장하며 최창윤 총무처장관도 지목했다.
장 의원은 『사람에게 붙잡힌 궁노루가 그 배꼽 향내 때문이라고 해서 배꼽을 물어뜯으려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는 뜻의 고사성어 「서제지환」을 인용한뒤 『역사에 맡기자는 궤변은 직무유기의 역사적 죄를 짓는 것임을 김 대통령과 민자당에 감히 경고한다』고 톤을 높였다.
이날 질의에서 이들이 구체제 인사 청산을 들고나온 배경은 여러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민자당내의 내분을 부채질한다는 소극적인 의미뿐 아니라 구체적 인사처리 문제를 거론함으로써 김영삼정부의 아킬레스건에 상처를 입히자는 목적도 들어있다.
특히 민주당 이 대표의 「진상은 규명하되 처리는 안한다」는 당의 공식입장에도 반하는 것이어서 이 문제는 대민자당 관계뿐 아니라 민주당의 노선 수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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