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지도>제화업계,내년 상품권 발행자율화로 티킷장사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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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製靴업계에 한랭전선이 다가오고 있다.내년부터 상품권발행을 전면 허용하겠다는 정부방침에 따라 구두티킷을 독점발행해오던 금강.에스콰이아.엘칸토등 제화업계 빅3의 위치가 크게 위협받게 됐기때문이다.제화3사의 매출가운데 60%는 티킷판매 에 의존하고있다.업계에서는 티킷고객의 절반정도는 구두가 정작 필요하지 않는데도 티킷이 들어왔으니 사는「거품고객」으로 분류하고 있다.만일 이들이 구두티킷 대신 아무 물건이나 살수 있는 상품권을 받는다면 굳이 구두를 사지 않을 것이 뻔하다.결국 상품권허용으로제화3사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의 절반이상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제화업계가 추산하고 있는 우리나라 구두시장의 규모는 92년기준으로 약1조2천억원이다.구두시장은 크게▲5만원이상의 고가시장▲3만~5만원짜리 중저가시장▲2만원대이하의 저가시장으로 나뉜다. 이가운데 중저가시장의 경우 캐주얼화 시장과 정장화 시장으로 다시 구분된다.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높은 고가시장은 3천5백억원(29.2%),캐주얼화시장은 2천5백억원(20.8%),중저가 정장화시장은 2천억원(16.7%)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시장규모로는 저가시장이 4천억원(33.3%)으로 가장 크지만 개인구 둣방이나 서울염천교 구두시장에서 팔려나가는 제품이 대부분이므로 업체당 매출실적은 극히 미미하다.
고가시장의 경우 금강.에스콰이아.엘칸토등 제화3사가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다.매출액을 보면 금강(비제바노 포함)이 1천6백1억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에스콰이아 7백73억원,엘칸토 6백1억원,살롱화 5백25억원으로 뒤를 따 르고 있다.
이들 제화3사는 상품권이 허용되는 내년에는 매출액이 올해보다30%이상 감소하며 이같은 상태가 3~4년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고있다.
엘칸토의 姜濟宇마키팅부장은『상품권시장의 개방으로 인한 제화업계의 불황은 결국 거품이 걷히는 과정이므로 피할 길이 없다』며『업계에 최악의 시련기가 닥쳐왔다』고 말했다.
제화업계의 주름은 이뿐만이 아니다.불경기때는 중저가품이 잘 팔릴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패턴때문에 미스미스터(에스콰이아).브랑누와(엘칸토).레스모아(금강)등 중저가정장구두의 퇴조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또 꼼꼼한 수작업을 필요로 하는 공정때문에 자동화에도 한계가있다.이때문에 원가부담이 크고 수익성은 낮다.5만원짜리 구두의경우 제조원가는 약3만원인데 티킷으로 할인해주고 세일로 깎아주면 이익이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백화점업계와의 불편한 관계도 제화업계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백화점은 자기브랜드로 구두판매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제화매장의 입점수수료를 매출액의 50%까지 요구하는등 실질적인 철수압력을 가하는 사례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제화 기획실의 黃奎明씨는『백화점 매장에서 팔리는 제화3사의 구두물량은 총매출의 40%에 달하므로 매장을 철수할 경우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여건속에서 제화업계는 마키팅강화.사업다각화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무엇보다도 티킷판매방식에 안주해온 탓에 과학적인 마키팅이 제대로 돼있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공통의 반성이다.티킷을 끊어주며 앉아서 영업하던 시대는 끝나고 이제부터는 구두가 닳도록 뛰어나니며 구두를 팔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제화3사는 특히 패션조류에 민감한 10대 후반 및 20대 초반의 소비자들을 겨냥,파격적인 개성을 지닌 디자인개발에 박차를가하고 있다.엘칸토의경우 지난해말 10대 후반의 여성고객들을 상대로 검은색 계통의 색조를 강조한 반정장구두인 「무크」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 구두뿐 아니라 핸드백.액세서리.의류.시계.향수등 각종 패션잡화사업에 진출하는등 사업다각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에스콰이아는 지난해 의류부문 매출이 구두의 61.2%에 달하는등 의류 비중을 크게 높이고 있다.
제품의 질을 향상시키는 노력도 두드러지고 있다.금강제화의 경우 다음달 중순 국내 최초로 한국구두연구조합을 개설,인체공학적인 디자인개발에 눈을 돌렸다.
무분별한 외국브랜드도입도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불경기로값비싼 구두가 잘 팔리지 않는데다 팔아도 로열티를 지급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南潤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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