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해는뜨고 해는지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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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제1부 불타는 바다 어머니,어머니(13)강 건너에 그녀가 있었다.이쪽이야 이쪽이야,아무리 불러도 아내가 탄 배는 건너오지를 않았다.그러다 잠이 깨었었다.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왜 아무리 불러도 아내는 오지를 않았을까.은례야 이쪽이다.여기다.소리치다가 잠이 깨었던 새벽,참담한 마음으로 천장을 쳐다보고 누워서 지상은 중얼거렸었다.
무슨 일이 있나,집안에.
있을 일이 뭐 있겠나.내가 나왔으니 형님이야 당분간 아무 일없을 테고,아버지야 그게 어디 아버지 양조장인가.다 일본사람이뒤에서 하는 일인 거야 나도 아는 일이고,어머니가 무슨 일이 있을 리도 없는데.
아내가 탄 배가 멀어져가던 모습이 가슴에 남아서 지상은 부시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었다.꿈까지도 사람 마음을 상하게 하는구나 싶었다.
강물 저편에 아내는 서 있었다.배도 그녀 쪽에 있었다.그런데아내가 타고 건너오던 배는 지상이 서있는 쪽으로 건너오지를 않고 점점 떠내려갔다.지상이 아무리 손짓을 하고 소리를 쳐도 아내는 돌아보지를 않았다.그런 뒤끝에 떠오른 얼굴 이 요시코였다. 『이쪽이다.이쪽이야.』 몇번이나 그런 말을 했던가.그런데 아내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갑자기 옆에 서서 걷던 김씨가 말했다.
『가을이여.』 『실없기는요.』 『자넨 얼굴이 왜 그래? 먹을거 못먹은 사람같아 가지고.』 우울한 얼굴로 지상은 김씨를 바라보았다.마누라가 다 닳아버렸다는 김씨의 말을 지상은 입속으로되뇌었다.
『그렇게 밤마다 안사람 옷도 벗기고 그래요? 김씨는.』 『안그러면 누구 옷을 벗겨.장가든 놈이 믿을 거라고는 제 마누라 밖에 더 있어.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남의 집 처녀를 벗기고 있을 건가.사람이 마음을 고렇게 써서는 안 되지.안 되고 말고.
다아 짝이란건 조상이 지어주신 건데.』 『그런 얘기가 아니고….』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래? 총 개머리판이나 잘깎고 있으면 되는거지,무슨 생각을 하질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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