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영화제 서편제 관심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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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중국에서 열리는 첫 국제영화제인 상해영화제가 11일 한국의 『서편제』가 상영되면서 종반에 접어들었다.
상해영화센터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반응도 대체로 좋은 편이어서 『서편제』는 수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제작사인 태흥영화사 이태원사장은 12일『중국의 사진감독등 심사위원들도 「확고한 스타일을 갖춘 영화」라 고 평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본사가 이태원사장.임권택감독등 현지의 한국 영화계 인사들과 국제전화를 통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번 영화제는 서구.미국등에서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행사인 관계로 참가작들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않다는 것.따라서 비교적 수작들을 내놓 은 아시아권영화들이 대체적으로 수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편제』외에 홍콩감독 장지량의 『케이지 맨』,중국 허군의 『봉황금』등 부패한 사회 현실을 치밀하게 묘사한 작품들이 유력한 수상 후보작으로 꼽히고 있다.
오랜만에 국제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영화는 예전의 답답한 「사상성의 고수」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경쟁부문에 나온 박정주감독의 『자신에게 물어보라』는 목장에서 일하는 처녀가 목장 운영에 문제점이 드러나자 목장을 떠나려 하다이곳에 파견된 3대혁명 소조원 청년의 노력에 감복, 결국 목장에 눌러앉기로 결심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당에 대한 충성과 국가에 대한 희생정신」을 고무하는 이 영화는 중국 관객들에게 별로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1천석이 넘는 상해영화센터 제1극장에서 상영된 『자신에게 물어보라』는 2백여명 남짓한 관객밖에 입장하지 않아 한산한 분위기였으며 영화제 관계자들은 『촬영등에서 일부 사줄만한 점은 있지만 영웅적 인물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강해 설득력 이 모자란다』고 평했다.
북한의 영화수출입공사 박찬정사장은 『3년전에 만든 이 영화는남녀노소가 다 좋아하는 성과작이었다.TV에서도 방송되어 많은 사람이 보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영화제는 그동안 외국영화에 굶주려 온 상해시민들의 거의광적인 열기로 관객 동원에 있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것도특기할만하다.
경쟁부문.전시부문등에 걸쳐 모두 33개국 1백46편의 영화가상영되는데 5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특히 미국영화의 인기는 압도적이어서 올리버 스톤의 『JFK』 상영때엔 암표가 무려 입장료의 20배인 50 원에 이를 정도였다고 한다.
이번 영화제는 14일 밤 5개부문 시상과 함께 막을 내린다.
〈林載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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