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마와 싸우는 천재소년시인을 살리자 사회각계 온정 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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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 병마와 싸우는「천재 소년 시인」 黃勇淳군(17.서울노원구중계3동)에게 온정의 손길이 이어져 재활의길이 열림으로써 아직도 우리주변엔 따뜻한 인정이 살아 숨쉬고 있음이 확인됐다.
더욱이 黃군은 자신에게 쏟아진 이웃들의 따뜻한 온정을 쪼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뜻을 밝혀 더욱 훈훈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선천성 척추 기형과 다리 기형.방광염등에 시달리면서도 詩心을불태우는 黃군의 딱한 사연이 보도(中央日報 9월19일자 22面)된 이후 사회 각계에서 재활을 돕기 위한 성금과 온정이 쇄도,이달중 黃군은 서울대병원에서 척추수술을 받게 됐다.
8평짜리 임대아파트에서 실직상태인 아버지(56),월 50만원씩 받고 식당일을 하는 어머니(55)와 살고 있는 黃군은 척추길이가 정상인보다 길게 태어나 어려서부터 척추 신경장애를 앓아오던중 최근 병세가 악화,전신마비가 올 위기에 처했지만 수술비1천여만원을 구하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발만 구르고 있었다.
『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도와주신 분들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살겠어요.』 지난해 출판한『소멸을 위한 전주곡』(도서출판 쉼)이란 시집에서 자신의 존재와 운명을「기저귀 찬시인」「바늘이 사라진 시계」「인생에서의 조퇴」로 어둡게 표현했던 黃군은『이제 적극적이고 밝게 생활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보도가 나간뒤 이웃 주민들의 정성어린 모금운동이 전개되고 각계에서 성금을 기탁해와 지금까지 1천1백여만원이 모아졌으며『수술비를 모두 대주겠다』는 독지가까지 나타나 수술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
중계3동 주민들은 金鍾淑동장(56.여).崔敎基 8통장(38.
여)이 주도가 돼 2주동안 모금을 별여 2백10만원을 거뒀고 7일부터 동사무소에 黃군의 시집을 비치,판매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겸양의 손길이 이어져 光州의 익명의 독지가는 수술에 들어가면 수술비 1천만원을 모두 부담하겠다는 뜻을 종교단체를 통해 전달해 왔고 이름을밝히기 거부한 지방병원의 간호사는 5백만원의 성금 을 黃군에게직접 기탁했다.
中央日報社에도 10명의 독자로부터 3백88만원이 접수됐고 극단「품바」는 3일치 공연 수익금을 내놓기로 했다.
서울대 간호학과 尹順寧교수등의 주선으로 黃군을 진료해온 서울대 병원측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수술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進學꿈 부풀어 이렇게 각계의 온정이 물밀듯 몰려들자黃군은『온정의 혜택을 나 혼자만 누릴 수 없다』며『아버지와 상의,수술비와 약간의 재활비용을 제외하고 나머지 성금은 저같은 처지나 더 어려운 학생들을 돕도록 하겠다』는 뜻을 金동장에게 전달했다.
『며칠전부터 수학능력시험 공부를 시작했습니다.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는 뜻에서라도 내년에 검정고시를 치러 꼭 대학에 진학,문학을 전공하고 싶습니다.』 2년전 병세가 악화돼 고교 1년을 중퇴한뒤 학업을 중단했던 黃군은 내일의「문학계 巨木」을 꿈꾸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다.
〈李圭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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