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손떼기 경영」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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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업전망 없으면 과감히 정리/해외 합작기업도 적자땐 포기
거품경제가 가라앉으면서 일본 열도를 휩쓸던 이른바 「버리는 경영」의 열풍이 국내에도 상륙했다.
다각화로만 치달아온 대기업들이 최근 전망이 없는 업종을 과감히 정리하거나 해외에 진출한 합작기업에서 손을 떼는 경영전략,이를테면 「포기의 경영」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금성사는 지난 6월 카메라 생산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생산라인을 통째로 경쟁업체인 현대전자에 팔아넘기고 남는 인력은 모두 비디오 사업부와 광소프트팀 등 인접분야로 자리를 옮겼다.
금성사측은 카메라 생산 6년동안 계속 적자를 기록해 철수를 결심했다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이 결정은 오랜 불황끝에 카메라 수출이 엔고를 맞아 호황국면에 진입하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었다.
대우전자는 최근 1천2백만달러를 투자해 세운 중국의 냉장고 합작공장을 포기하고 철수했다.
대우전자와 복건성이 86년 50대50으로 합작한 이 공장은 2백ℓ급 소형 냉장고을 생산해왔는데 공장가동률이 20%에 머물러 준공이후 계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특히 경영권을 쥔 복건성측이 적자 타개 방안으로 대우측의 추가투자만을 고집한 것이 대우전자가 「1천2백만달러의 상당부분을 포기하더라도 더 늦기전에 손을 떼야겠다」는 철수 결심을 앞당겼다.
한때 고전했던 삼미그룹도 지난해 14개의 계열사 가운데 6개사를 통폐합하는 등 과감한 계열사 정리 노력끝에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기업들은 남는 인력의 대외 신용도 때문에 적절한 포기 시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일본 경제연구소들은 「포기의 경영」에 따른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는 『철수하는 이유를 사내에 공개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과 새로 진출하려는 사업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충고한다.
전경련 대전주상무는 『기업은 나무와 마찬가지여서 오래된 뿌리와 가지를 잘라내야 새로운 가지가 나오고 계속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며 『특히 경영상태를 살펴 언제 포기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 판단하기 어려워 실제로는 상당한 위험이 뒤따른다』고 말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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