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남성 3인조 '바이브'…입소문으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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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는 있어도 노래는 실종된 시대라고들 한다. 지난 연말 지상파 방송 3사의 가요대상에서 립싱크 위주로 활동하는 댄스가수 이효리가 두 개의 최고 가수상을 수상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가창력은 더 이상 가수의 필요충분 조건이 아니다.

그러나 이렇다 할 방송 출연 없이 입소문만으로 음반 발매 한달여 만에 10만장을 판매한 남성 3인조 '바이브'를 보면 여전히 '보는 노래'보다 '듣는 노래'에 목마른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지난해 말 발표된 바이브 2집 '바이브 세컨드'는 24살 동갑내기들인 윤민수.류재현.유성규 등 세 멤버가 작사.작곡은 물론 편곡.프로듀싱까지 모두 직접 맡았다. 게다가 방송 활동 대신 음반.뮤직비디오만으로 팬들을 찾아가는 마케팅 전략 덕에 제2의 브라운 아이즈로 불린다. 리드 보컬 윤민수의 깊이있는 리듬 앤드 블루스(R&B) 창법에다 편안한 화음이 인상적인 타이틀곡 '오래 오래'는 특히 브라운 아이즈를 연상시키는 구석이 많다. 내놓는 음반마다 수십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최고의 실력파 뮤지션으로 손꼽히는 브라운 아이즈를 닮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반색할 만도 한데 이들은 손사래를 친다.

팀 리더인 윤씨는 "작사.작곡을 팀 내에서 하는 데다 음악 스타일도 흑인음악에 영감을 둔 R&B창법을 구사하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듣는 것 같다"면서도 "클래식 선율과 랩이 어우러진 '하루에 시간이 주어진다면'이나 은은히 깔리는 피아노 반주 위에 R&B풍 노래와 랩을 적절히 섞은 '거짓말이죠' 등 다른 노래를 들으면 브라운 아이즈의 발라드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송 출연을 꺼리는 점은 비슷하지만 콘서트 위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브라운 아이즈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음반 홍보에 최고인 방송 출연 대신 소규모 콘서트를 고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1집 때는 방송도 열심히 했다. 그러나 원곡 길이에 상관없이 2분 50초로 잘라야 하는 방송에서는 우리 음악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신인으로서 우리만의 색깔을 보여주려면 차라리 공연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방송을 무조건 거부하는 건 아니다. 곡 느낌을 라이브로 보여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출연하겠다."

바이브가 2002년 초 첫째 앨범을 발표한 이후 거의 2년 만에 2집을 들고 나온 것은 불황을 이기려면 앨범 수록곡 전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워도 손색없을 만큼 공을 들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정작업을 계속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반을 들어보면 다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한다. 그래서 타이틀 곡을 정하기도 어려웠단다.

수록곡 대부분을 작사.작곡하고 프로듀서까지 맡은 류재현은 "이번 앨범은 대중을 많이 생각해 음악적인 부분을 포기한 면도 없지 않다"면서도 "우리는 대중가수니까 언제든지 대중의 편에 있겠다"고 말했다. 또 "바이브가 보여줄 수 있는 음악적 역량과 음악에 대한 갈증은 공연에서 모두 풀겠다"고 덧붙였다.

바이브는 2월 13, 14일 밸런타인 콘서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공연에 들어간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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