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 커미션」있었나 없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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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감사원 “미 자료로는 지출여부 알수없다”/민주당 “고위관료에 전달된 확실한 뇌물”
국회 국방위의 3일 국방부 문서검증에서 미 군수업체들의 커미션지급 관련문서가 발견됨에 따라 율곡사업 국정조사는 커미션이 실제 건네졌는지,건네졌다면 누가 받았는지에 집중되고 있다.
국방위 국정조사단이 이날 비공개 열람한 문서는 미 회계검사원(GAO)에서 보내온 1천4백50쪽의 율곡사업 관련자료. 그중에 헬기·초계기·F­16 부품을 생산하는 미 업체들이 무기중개상(에이전트)과 로비이스트 등에게 지급하는 커미션 액수가 적혀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의원들은 『이미 지급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감사원측은 『법적 커미션 한도액을 규정한 것일뿐 실제 지출됐는지 여부는 알수 없다』고 달리 해석해 논란을 빚고있다.
커미션액수는 최저 10만달러(8천여만원)에서 최고 4백만달러(32억원)에 이르며 사업규모가 큰 P3C 대잠 초계기사업의 커미션액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미국에선 1∼5%(통상 2∼3%)의 커미션 지급이 명문규정에따라 허용되고 있으며 무기거래 과정에서의 그정도 커미션수수는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관행이라는 것.
이때문에 자료의 수치가 중개수수료 지급명세를 나타내는 것이라 하더라도 단순히 무기상들에게만 전달됐다면 법적 하자는 없다. 그러나 이 돈이 무기상을 거쳐 정부관리에게 흘러들어갔다면 명백한 뇌물이 된다.
민주당 조사반은 일단 미 업체의 율곡사업커미션 지급을 기정사실화하고 이 돈이 무기중개인을 거쳐 국내 고위관료,나아가 청와대쪽에 전달됐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캐고있다.
그러나 자료에는 커미션 액수만 명기돼 있을뿐 지급대상·시기 등 구체적 명세가 없고 「언더테이블머니」 수수를 나타내줄 이면계약서도 첨부되어있지 않아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특히 F­16동체를 생산하는 GD사의 자료는 아예 빠져있었고 F­16 엔진생산업체인 UTC사 관련자료에는 커미션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어 더욱 맥 풀리게 하고있다. 민주당의원들은 이 부분과 관련,『록히드 사건당시 P3C초계기 몇대를 팔며 뇌물수수로 곤욕을 치렀던 미국측이 규모가 엄청난 F­16 구매사업에서는 아예 공식 커미션액수도 밝히지 않아 파장을 원천봉쇄하고 있다』며 의혹을 드러냈다.
미측 서류에는 『율곡사업 참여업체들이 커미션 이외에도 「5천달러이하」의 정치헌금과 정치활동비를 지급할 수 있다』는 약관도 포함돼 있어 미 상·하양원의원 등에 대한 업체의 로비 가능성도 점칠수 있게 했다.
민주당측은 율곡사업조사 증인으로 채택된 마종인 전 GD사 에이전트,정의승 학산실업·김영완 삼진통상·이동로 코바시스통상 대표 등 무기중개상에 대한 증인 신문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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