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독서실>양계초.풍우란 저 음양오행설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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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동양정신이란 포괄적이고도 거대한 체계 밑바닥에 하나의 단단한기초로 자리잡고 있는 사상적 실체가 陰陽五行說이다.
음양오행설은 가깝게는 男女의 만남에서부터 개인의 운세,그리고풍수에 이르기까지 동양에서 자연과 인간을 이해하는 세계관적 인식틀이다.
음양의 조화,水火木金土의 순환등 음양오행의 용어에 지극히 익숙해 있는 우리지만 과학적 인식대상으로 이에 접근한 연구서는 아직 거의 찾아볼수 없다.새로 나온 『음양오행설의 연구』는 근세이후 중국철학계가 다룬 이 방면의 대표적 연구업 적을 편역한책이다. 1920년대 중국철학사 연구방법론 논쟁의 중심인물이었던 梁啓超에서부터 국공대립으로 본토와 대만에서 각각 신유가철학을 대표했던 馮友蘭과 徐復觀,그리고 개방시대의 중국철학계를 주도하는 李擇厚에 이르기까지 7명의 글이 소개돼 있다.
梁啓超의「음양오행설의 역사」는 음양오행설에 관한 근대적 논의의 효시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이 글은 1920년대 중국봉건사상의 청산이란 시대적 과제를 짊어진 철학도답게 극복의 대상으로 음양오행설의 내력을 추려 설명하고 있다.
국내에도 『중국예술정신』이란 책이 번역소개된 대만의 徐復觀은「음양오행설과 관련문헌의 연구」에서 先秦시대 음양오행설이 유가경전에 삼투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馮友蘭은 문화혁명 당시 공자비판에 앞장서며 철학관의 변화를 공개천명해 눈길을 끌었는데「유물론적 요소를 가진 음양오행가의 세계관」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지도원칙에 입각한 새 연구방법에의해 쓴 글이다.
고전사상의 해박한 지식으로 이미 중국철학계의 거장이 된 李擇厚의「秦漢사상과 음양오행설」은 그가 1986년 펴낸『중국고대사상사론』에 수록된「秦漢思想簡議」를 번역한 글.李擇厚는 중국예술문화정신의 큰 줄기를 이루는 秦漢시대 이래의 天人 우주론을 설명하면서 음양오행설에 대해서는『실용이성에 의해 파악된 일종의 기능이나 힘이며 그후 기능들이 확대발전되어 하나의 소박한 체계로 조직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음양오행설을 다룬 대표적 저작들을 편역했지만 한가지테마를 통해 중국현대철학사의 흐름을 훑어보는 부수적인 지적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신지서원.金弘炅옮김.값1만원〉〈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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