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세제개편안을 보고-세율인하폭 미흡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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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최근 실시된 금융실명제를 뒷받침하려는 노력을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간주할 수 있으며 종래의 개편안과 마찬가지로 稅目별로 그간 지적되어 온 다양한 문제점을 수렴하려는 흔적이 엿보이나 세목에 따라서 는 그 정도가 미흡한 경우도 적지 않다.
금융실명제는 1차적으로 지하경제를 축소시켜 건강한 경제를 유인하는 디딤돌 역할을 하지만 공평과세를 정착시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중추적 기능을 담당한다.실명제도입은 금융자산소득에 대한 탈루稅源을 위축시킬뿐만 아니라 全稅目에 걸쳐 과세포착률을제고시킨다.이러한 점을 고려할때 실명제 조기정착을 위해 각 세목에 걸쳐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방향에서 세율체계를 재조정해 조세탈루.회피등을 방지함과 동시에 적용계급 또한 축소조정해 세제의 간편성과 효율성을 도모해야 한다 .
이상의 취지에서 이번 개편안에서도 소득세율의 경우 최고 3%포인트,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포인트,그리고 법인세율의 경우 2%포인트 인하하는 내용과 함께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고려해올해말로 그 시한이 끝나는 중소제조업체에 대한 세액감면제도도 내년이후 상시 운용하기로 계획하고 있다.
세율인하는 바람직하지만 그 정도에 있어서는 미흡한 감이 없지않다.정부는 세수차질을 우려해 인하폭을 두고 상당히 고심한 상황을 예상할 수 있으나 실명제의 정착으로 과세포착률의 증대와 함께 인하폭도 더욱 현실화되어야 할 것이다.선진 국의 소득세율이 단일세화하면서 효율을 중시하는 추세를 감안할때 96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종합과세이전에는 적용계급 또한 축소조정되어야 할것이다. 법인세의 경우도 우리의 세율이 국제적으로 볼때 결코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비과세 감면등 유인조항을 더욱 과감히 철폐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실명제 정착과 함께 세율인하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우리 세제의 취약점 중의 하나로 전 세목에 걸쳐 과다한 非課稅.감면조항이 존재한다는 것이다.이는 세제의 간편성을 저해함은물론 조세의 중립성이 상실되어 자원배분의 효율성이란 조세고유기능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으며 공평과세에 옭행하고 있다.이러한 점이 고려되어 양도소득세의 비과세.감면을 비롯해 특정산업의 지원등도 크게 줄였으나 아직도 개선여지는 상당히 남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신경제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조세지원 대상과 수준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 조세감면을 통한 정책적 개입을 과감히 축소조정하겠다고 천명한 것을 상기한다면 전 세목에산재해 있는 비과세.감면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사회간접자본 투자재원조달을 위해 휘발유와 경유에 대해 특별소비세를 대폭 올리는 것은 우리의 유류가격이 국제적으로 지나치게 낮아 과소비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었음을 고려할 때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으나 환영하는 바다.
다만 특소세의 목적세 전환에 따른 지방세수 결함등의 문제점은종합토지세의 단계적 과표현실화등 지방세제의 강화로 충분히 보완될 수 있으리라 본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토지초과이득세를 포함한 토지관련세제를 취득.보유.이전 단계별로 통합적인 개편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지만종합토지세의 강화만 실현된다면 금융실명제 실시로 재현할 가능성이 있는 토지투기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또 토지초과이득세의 폐지를 비롯한 보다 단순한 토지관련세제를 마련할수 있을 것이며 지방재정자립화및 낙후부문의 개발을 위한 재원마련등 一石三鳥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어떠한 세제개편도 모든 납세자를 만족시킬「파레토改善」(Pareto improvement)的일 수는 없다.개편으로 인한 후생효과가 그 반작용보다 클 경우에는 일부 계층의 반발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용기와 슬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이번 개편안도 이제까지 지적되어 온 세목별 문제점들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기에 개편의 성패는 정책당국이 확고한 실현의지와 함께 납세자들에게 홍보하고 협조를 구하는 지속적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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