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가을 위기설-추석.실명전환 시한 맞물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가을 자금시장이 불안하다.일년중 자금수요가 가장 큰 추석(9월30일)과 實名전환 시한(10월12일)이 비슷한 시기에 닥쳐오기 때문이다.이런 판에 어차피 올해중 하기로 돼있는 2단계 금리자유화 또한 연말로 갈수록 더욱 어려워질 것이 어서 10월중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
이같이 복합적인 난관에 봉착한 자금시장 여건이 반영된듯 금융계에는「추석 위기說」과「10월 大亂說」등이 퍼져 있기도 하다.
자금시장의 불안심리는 당장 금리에 반영되고 있다.실세금리의 대표인 회사채(3년만기 은행보증)유통수익률은 23일 연14%대를 돌파하며 연중 최고수준으로 올랐고,28일에는 14.45%까지 치솟았다.
8월은 자금수요가 그다지 일지 않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실명제에 따라 7월 한달 공급분의 3배가 넘는 현금통화가 풀리면서 총통화 수위가 이미 20%를 넘어섰다.실명제 시행에 따른금융기관의 자금중개기능 위축,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는데 주력하다보니 총통화()관리목표가 무의미해졌다.
그런데도 실명제 이후 제대로 場이 서지 않은 채권시장의 혼미는 계속될 전망이다.회사채를 발행해보았댔자 사려는 세력이 없어기업들이 새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는 커녕 만기가 돼 돌아오는 물량을 처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8월의 회사채 만기도래분이 8천억원인데 9월에는 그 1.5배인 1조2천억원에 이르러 형편은 더욱 어려워질것 같다.
올 추석전 열흘동안에는 작년의 2조3천억원보다 4천억원정도 늘어난 2조7천억원가량의 현금통화가 시중에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절대액수로 보면 작년보다 많지만 올 추석은 실명제이후 자기앞수표 대신 현찰을 이용한 물품대금 요구가 늘어 날 것으로 보여 현금수요가 일시적으로 폭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명제 이후 화폐의 유통속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일시에 추석자금 확보경쟁이 일어날 경우 일부 중소기업들은 임금체납이나 물품대급의 지급불능상황에 빠져 부도위기에 몰릴수 있다.더구나 현금위주로 풀린 추석자금이 실명제 영향을 받아 예년과 달리 제도금융권으로 빨리 제대로 환류되지 않을 경우 통화당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지가 추석이후의 자금시장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대기업은 상반기중 자금을 확보해 은행의 금전신탁등에 맡겨 놓는등 형편이 괜찮은 편이지만 중소기업이 특히 문제다.
동서증권 崔晶植이사는『정부가 통화목표에 구애받지 않고 넉넉하게 돈을 풀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자금경색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평소에도 은행돈 빌리기가 쉽지 않았던 중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은 아무래도 곤란을 겪을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명제이후 은행.단자사등 금융기관들은 당장 자기 앞가름하기도어려운 상황이다.
새로운 예금은 잘 들어오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는 거액의 假.借名예금이 언제 빠져나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금융계에는 3천만원 초과인출때 국세청에 통보토록 돼있는 시한이 끝나는 10월12일이후 거액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거라는 풍문이 나돌고 있다.일부 거액의 假.借名 예금주들이 휴면상태에있는 법인이나 정상적인 소득원이 있는 개인명의로 전환한뒤 10월12일이 지나면 현금을 빼내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정황을 고려할때 9월말에서 10월초반에 걸쳐 자금시장이한차례 고비를 맞고 통화당국의 통화환수가 시작될 11월이 또다른 변수가 되리란 관측이다.돈은 풀기는 쉽지만 빨아들이기가 쉽지않고 늘어난 통화는 물가오름세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등 내년까지 경제의 주름살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문제다.
〈梁在燦.閔丙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