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이은 의사 4형제-노국현·상현·덕현·세현씨|똑같은 직업…형제애 "똘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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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경남 양산에서 외과의원을 개업하고 있는 노국현씨 (51)와 부산의료원장 노상현씨 (50), 이비인후과 전문의 노덕현씨 (46), 동아대 부속병원 안과과장 노세현씨 (43) 등 4형제는 모두 의사이며 부산대의대를 나오는 등 공통점이 많다.
특히 맏형을 제외한 3형제는 경남 중·고등학교 동문일 뿐만 아니라 대학 진학 때 의사인 부친의 뜻을 거스르고 외도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쓰라린 경험을 겪은 것도 닮았다.
그러나 이들 4형제의 공통점은 부산시 남전동 삼익 아파트 단지 내에 함께 살면서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손자와 살고 있는 칠순 노모를 적어도 1주일에 한번씩 찾아 문안 인사를 드리는 등 효성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이같은 효심 때문에 평소 노모가 살고 있는 「205동」에서 자주 만나는 이들 형제는 공통의 화젯거리가 많아 만나기만 하면 밤늦게까지 얘기꽃을 피우면서 우의를 다진다.
최근엔 부산 지검에서 수사가 진행된 의료 업계의 부조리 문제와 막내 세현씨가 주임 교수로 있는 동아대의대 안과학교실이 주관한 「제1회 동아대 안과 워크숍」을 화젯거리로 삼았던 이들 형제가 모두 의사가 된 것은 의사였던 아버지 노재면씨 (91년 74세로 작고)의 영향이 컸다는데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일제시대 일본 후쿠오카의 구루미 의대를 졸업한 재면씨는 지금의 부산시 서구 부평동에서 용산 의원을 운영하다 해방을 맞은 뒤 초대 경남도 의과 과장을 지냈다.
아버지와 동래고등학교 동문인 장남 국현씨는 한눈 팔지 않고 부산대의대를 자원한데 이어 전공도 아버지와 같은 외과를 선택, 부산 근교에서 개업했으며 3대에 걸쳐 의사의 가업을 잇기 위해 둘째 아들 승진 군 (21·동아대 의예과 2년)을 의대에 진학시켰다.
이에 반해 성악가 못지 않은 목소리를 타고나 중학교 때 음악 선생의 칭찬에 고무돼 아버지 몰래 음대에 응시, 두 차례나 낙방한 상현씨나 법관을 꿈꾸었던 4형제 중 가장 머리가 뛰어난 셋째 국현씨, 외가 (경북 달성군)의 농장을 경영해 보려던 꿈을 키우다 좌절한 막내 세현씨 등 3형제는 외도를 시도했다가 아버지의 뒤를 이은 케이스.
『의사가 되라는 아버지의 뜻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는 이들 4형제는 청소년 시절 돈벌이보다는 친구와 어울려 풍류를 즐기는데 열심이었던 아버지의 생활 태도가 못마땅했지만 정작 의사 생활을 10년 넘게 한 요즘 아버지의 옛 모습을 닮아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고는 미소짓는 때가 많다고.
경북여고 재학 시절 전국 탁구 대회에서 3위를 한 어머니 정숙의씨 (75)를 닮아 검도 5단인 둘째 상현씨가 대학 시절 부산 대표로 출전, 다섯 차례나 전국을 제패하는 등 이들 4형제는 운동에도 남다른 소질을 지녔다. 아들만 넷을 키우느라 고생한 노모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서로 앞장서 하려는 극성스런 효성에다 의사로서의 직분에도 소홀하지 않는 이들 4형제를 주위에서는 무척 부러워한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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