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초세 민원」 해소앞장(의원탐구:4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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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자 세제개혁특위 위원장/나오연/농민·서민실정 정부측에 설득/조세분야 관직생활 24년… 자타 공인하는 조세통
엄청난 민원을 불러 일으켰던 토지초과이득세 파문은 정부와 민자당이 비교적 신속하게 개선책을 마련함으로써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만큼은 민자당이 기동성을 발휘,억울한 사람들을 많이 구제해주었다는 평가다.
정책집행의 파행과 관련,민자당이 여느 때와 달리 발빠르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조세전문가인 나오연의원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이다.
나 의원은 토초세 예정고지서를 받아본 국민들이 막 원성을 토해낼 무렵인 지난달 16일 김종호 정책위의장을 찾아가 심각한 조세저항이 일어날 것임을 설명하고 시급한 대책마련을 건의했다.
그는 특히 농민·서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사례 20여가지를 열거하며 전국에 걸친 실태조사가 급선무임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민자당은 바로 다음날 개선안을 만들기 위해 나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토초세 현지실태조사단을 구성,전국에 파견했다.
나 의원의 개선안은 토초세법 시행령을 대폭 고치는 것으로 한때 시행령 개정을 꺼려하는 정부측의 반발을 샀다. 그러나 그의 방안은 당정협의 과정에서 거의 다 채택했다. 왜냐하면 실태조사에 기초한 민자당안이 보다 현실에 맞고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 의원은 토초세 파문이 일어나기 오래전부터 그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그는 지난해 정기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유일하게 토초세의 여러 맹점들을 다졌다. 이를테면 그는 이번에 큰 문제가 된 공시지가 산정 및 유휴토지 판정상의 자의성 등 허점을 추궁하고 시행령이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초세 납부예정통지서가 발부되기 직전에 열린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는 더 큰 목소리로 사전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재무위원인 그는 땅값은 떨어진 반면 공시지가는 시가의 70∼80% 수준까지 대폭 오른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만일 현행 시행령에 의해 과세할 경우 사상 유례없는 조세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따졌다.
그러나 홍재철 재무장관은 『공시지가·유휴토지 판정에 큰 무리가 없었으므로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토초세는 이번에 과세해본뒤 그 효과를 분석해 개선하는 말든 하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에 나 의원은 『그렇세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대서야 어찌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호통쳤다.
나 의원은 국회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조세통이다. 그는 56년 부산대 경제과 재학중 행정고시에 응시,김용환·장재식의원 등과 같이 합격한뒤 80년 공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재무부·국세청·관세청 등에 일했다. 또 지난해 14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당선돼 여의도에 입성할 때까지 재정학 교수(국민대) 한국세무사회 회장으로 늘 세법·세정문제를 다뤄왔다.
그는 국세청이 발족한 66년 초대 직세국장을 지내면서 소득세 등의 과세표준을 현실화하는 어려운 작업을 수행했다. 이때 그는 남대문시장을 면밀히 조사,상인들이 실제소득에 비해 세금은 상당히 적게 내고 있는 현실을 인지했다.
그는 또 미국대사관측과 싸워가며 미국상사에 대한 과표도 대폭 올렸다. 70년초 재무부 세제국장 시절에는 한미간 2중과세방지협정 체결을 위한 실무작업을 도맡다시피했으며 77년 시행된 부가가치세 기본틀도 이때 잡아놓았다.
79년 재무부 세정차관보로 승진한 나 의원은 80년 신군부가 들어서자마자 해임사유도 듣지 못한채 쫓겨났다. 그래서 그는 대학으로 진출했고 87년 13대 대통령선거때엔 경남고 3년선배인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대통령후보의 정책자문교수단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나 의원은 그러나 88년 13대 총선때는 민정당후보로 고향 경남 양산에서 출마했으나 역부족으로 김동주 통일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그런데 김 의원은 14대총선을 앞두고 수서비리 사건에 연루되 무죄판결을 받았고 자연 총선출마도 불가능하게됐다. 나 의원은 민정계 관리자 박태준 최고위원(당시)의 후원으로 공천을 받았고 드디어 금배지도 따냈다.
그는 관직에 있었던 시절부터 국회를 자주 드나들었기 때문인지 초선임에도 의정활동이 비교적 활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당에서는 그를 당세제개혁특위위원장에 기용했으며 지난해와 올해 계속 예결위원으로 임명했다.
그는 『앞으로 입법·예산심의과정에서 조세의 중립성·형평성 강화에 특히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이번 토초세 개선안을 마련함에 있어 당의 땅부자 등을 고려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에 대해선 『개선안중 과연 어떤 대목이 투기꾼·부동산 과다보유자를 위한 것인지 예를 들어보라』고 반박한다.<이상일기자>
◎나 의원 약력
▲경산 양산출신(60세) ▲부산대 ▲서울지방국세청장 ▲재무부 세정차관보 ▲국민대교수 ▲한국 세무사회 회장 ▲중소기업은행 이사장 ▲14대의원 ▲민자당 세제개혁특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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