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웃음 되찾아 주고파"|소년가장제자 화상 성형 서울 은로국교 김순희 선생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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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마음씨가 고운 선생님들이 제자의 아픈 몸과 마음을 치료하기 위해 함께 힘을 모아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 흑석동 은로국교 김순희·고민석·김미옥·정은주·이선경씨 등 10여명의 선생님들이 그 미담의 주인공들. 이들로부터 따뜻한 마음을 선사 받은 어린이는 이 학교4학년인 이인성군.
이군은 3년전 끓는 물을 온몸에 뒤집어쓰는 심한 화상을 입어 얼굴 오른쪽과 팔·다리가 매우 일그러져 있는 상태.
그러나 아버지의 사망과 어머니의 가출, 찌든 가난으로 수술한번 제대로 받지 못하고 어린 가슴을 짓누르는 아픔을 혼자 달래야 했다.
현재 76세의 할머니, 중학생 누나와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이군은 화상을 입은 후 친구들이 놀리고 놀아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처지가 됐다. 게다가 화상을 입기 전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혼자 들여다보는 일이 잦아 주위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얼굴의 상처를 가리기 위해 늘 모자가 달린 옷과 긴팔 셔츠를 입고 지내야하는 이군의 딱한 사정을 가슴 아프게 여긴 이들 선생님들은 이군에게 밝은 마음을 되돌려주기 위해 최근 성형수술에 필요한 모금에 나섰다.
동료교사들과 함께 「이인성 후원회」를 조직, 동분서주하고 있는 김순희 교사(52)는 『인성이 가 하루 빨리 밝은 모습을 되찾아 친구들과 함께 뛰노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이기도한 이들 교사들은 스스로 월급의 일부를 내놓았고 서울 영동교회 누가선교회원의 도움 등으로 모두 4백여만원을 모아 지난달 15일 이군을 서울 연세의료원에 입원시켜 1차 수술을 받게 했다. 우선 화상으로 엉겨붙은 피부가 심하게 헐고 강직 돼있어 보행에도 무리를 주는 무릎의 피부이식수술부터 하기로 한 것.
수술을 맡은 성형외과 탁관철 박사(45)는 『수술결과가 매우 만족스럽다』고 밝히면서 온몸에 상처가 심해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모두 여섯 차례 정도 수술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른 수술비는 2천5백여만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나 연세의료원측에서는 이군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 병원비를 1천만원 수준으로 낮춰보겠다고 밝혔다.
이군은 병원에 한달 정도 입원한 후 다시 또 한차례의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두번째는 화상으로 뒤집혀진 입술을 제자리로 잡아주는 일.
방학중에도 수술비 마련을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김 교사는 한 어린이의 구김 없는 미래를 밝혀줄 이웃의 온정을 기대했다 (성금 보낼 곳=이인성 후원회·국민은행 025-01-0316-145).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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