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태우는 한의대생 수업거부(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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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내 사랑하는 아들 딸들아 그동안 서로의 뜻을 충분히 나누어 왔다. 이제 이 길 밖에 없다고 판단해 엄마들은 단식을 하기로 했단다. 생명밖에 줄게 없구나. 제발 엄마들의 말을 가볍게 듣지 말기를….』 30일 오후 2시. 경희대 한의대 본관앞.
김정자씨(54·전국한의과대학 학부모협의회 회장) 등 한의대생 학부모 20여명이 현관 유리창에 수업복귀 호소문을 붙이고 옹기 종기 앉아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곧 이어 오후 4시 본관 1층 강의실에서는 한의과대학(학장 김광호)교수 20여명이 대책회의를 갖고 학생들의 조속한 수업참가를 위해 지속적으로 학부모들과 협의해 나가자는 등의 방안을 결의한뒤 7명의 교수가 학부모들의 단식농성에 합류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오후 9시쯤 조영식총장·공영일부총장·신용철 교무처장 등 보직교수 7명이 농성 학부모가 있는 한의대를 찾았다.
조 총장은 『오죽 답답했으면 제가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저희들이야 학생들이 빨리 복귀하도록 한뒤 교육부측에 사정을 해서라도 학생들을 구제해야 겠지요』라며 답답해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조 총장은 일행이 돌아간 오후 10시쯤 본관 1층 학생회의실에 남아있던 4∼5명의 학생들이 농성장으로 찾아가 『정부가 약사법개정 등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한 수업에 복귀할 수는 없다』며 『학부모들의 단식 농성은 우리에게 도움도 되지않고 여론만 악화시킬 뿐이니 제발 돌아가 달라』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여전히 『일단 수업에 복귀해 예정된 7차까지의 약개추회의를 지켜본뒤 정부가 그때도 대책이 없다면 우리와 함께 정부에 맞서자』고 애원했다.
「대의」를 위해 자기 희생을 각오하겠다는 학생들. 그러나 정부의 처리방향을 지켜보는 인내나,엄마의 심정을 헤아려 보는 자식의 도리도 곰곰 생각해 보는 여유를 기대한다.<최상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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