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수명(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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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6세기의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의 글을 보면 「40세 이상 사는 사람은 드물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는 「40대 이상은 드물뿐 아니라 40대를 넘어서면 사회활동에 참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제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쓰고 있다.
우리의 경우 조선조 임금들의 평균수명이 고작 44.6세이었던 점으로 미루어 「인생칠십고래희」 정도가 아니라 50세를 넘긴 사람조차도 그리 흔치 않았던 것 같다. 92년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여자 75.62세,남자 67.87세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의술이 도입되어 불과 한세기 정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무려 20세 이상이나 늘어난 셈이다.
수명연장을 위한 의학과 과학이 발전을 거듭하고,인간의 의지 또한 더욱 강렬해 짐에 따라 인간의 수명은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작년에는 미국의 한 의학박사가 『앞으로 30년내에 수명을 결정하는 주요 유전인자를 지배할 수 있게되면 인간의 수명은 쉽게 1백세를 돌파하게되고,최그 4백세까지 사는 사람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은 일도 있다. 최근 서울대의 한 연구팀도 인류학적으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여자 1백4.74세,남자 최고 99.47세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평균수명의 연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다. 노인들이 느끼게 되는 소외의식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소포클레스의 어떤 희곡에 나오는 코러스에는 노년기를 「헐뜯기고,나약하고,붙임성 없고,벗이 따르지 않는」 시기라고 표현하며,아리스토파네스의 희곡에도 노인들이 「음악을 잃은 우리는 버림받은 덧없는 존재」라고 한탄하면서 합창하는 대목이 나온다.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도 노인들은 「완고하고,심술사납고,욕심많고,까다롭고,허용많고,애정감각을 상실한」세대로 표현된다.
「더 살고 싶지 않다」는 노인들의 말은 세가지 큰 거짓말 가운데 하나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세상사람들에 의해 멸시당하고 따돌림받는 노인들의 삶이 더 연장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간이 몇년을 살수 있는가도 물론 중요한 문제지만 「소외된 삶」이어서는 소용없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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