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카드사꼴 날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지난해 9월 도입된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 판매)가 은행.보험사의 지나친 외형 경쟁으로 보험사 부실 사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보험사가 '카드사 거리 모집'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개발원은 최근 '방카슈랑스 분석과 보험시장 구도'라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9~11월 방카슈랑스를 통한 생명보험상품 판매실적을 분석한 결과 첫회 보험료 1조3천6백91억원 가운데 97.3%가 일시납 상품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일시납 상품은 가입 때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고 이후에는 보험료 납부 없이 만기 때까지 보장을 받는 상품인데, 외형을 부풀리는 효과는 있지만 고객의 갑작스러운 해약에 대비해 쌓아야 하는 책임준비금 부담이 커져 보험사 재무구조를 악화시킨다.

상당수 보험사는 방카슈랑스 초기에 고객을 잡기 위해 5% 안팎의 확정금리와 높은 대리점 수수료를 감수하고 상품을 팔아 금리 역마진도 우려되고 있다.

보험개발원 안철경 동향분석팀장은 "미국의 방카슈랑스 경험으로 볼 때 최소한 4~5년이 지나야 보험사가 방카슈랑스에서 이익을 낼 수 있었다"며 "보험사들이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고 외형 부풀리기를 위해 방카슈랑스 영업에 무리하게 나선다면 카드사 위기를 답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형 보험사는 무리하게 외형을 키우기보다 전문화 전략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