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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은퇴 짐싸나 큰꿈 다지나/지구당 내놓은 뒤 행보 싸고 양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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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인자 대안부재론속 본인은 “할일 있다”/측근 “모양좋은 마감 준비… 노추 안보일것”
민자당 김종필대표가 지난 30여년간 자신의 정치적 근거지였던 충남 부여지구당 위원장 자리를 내놓았다.
김 대표는 26일 열린 지구당 개편대회에서 감회어린 어조로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후진을 앞세워 고향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씀드려왔고 그 약속대로 후진에게 위원장직을 물려준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JP가 정치생활을 마감하기 위해 짐을 꾸리고 있는 것이란 해석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로 다른 일을 모색하고 있다는 추측도 있다.
그의 정계은퇴를 점치는 사람들은 그가 대권을 노리기에는 모든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든다. 그는 지금 민주당은 물론 당내 민주계들로부터 5·16 주체란 이유로 개혁대상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나보고 떠나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아직도 할일이 있다』고 강조해 지구당포기를 정계은퇴 수순으로 연결시키려는 추측을 거부한다. 그는 『앞으로 어떠한 처지에 놓이든 새 한국을 창조하는데 일조할 것이며 나아가 민주주의의 생활화를 위해,제2의 경제도약을 위해,조국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모든 정성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듣기에 따라선 보다 더 큰 일을 하기위해 지구당위원장 자리를 내놓는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 대표가 말한 「할 일」이란 과연 무엇을 가리킬까. 김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김대중씨의 향후 행보와 관련,『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 정계에 복귀할것』이라고 점쳤다고 한다. 그말을 전해들은 많은 이들은 JP 자신의 심중을 털어놓은 것과 다름없다고 풀이했다.
김 대표는 남들이 어떻게 평가하든 집권당의 공식 2인자다. 김영삼대통령과 매주 한차례씩 주례회동을 갖고 있어 외부에 알려진 이상의 기능과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김 대표 스스로 『일일이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께 많은 말씀을 드리고 건의도 한다』고 여운을 풍기고 있다.
특히 그의 대안으로 꼽히던 김명윤고문의 명주­양양보선 패배로 김 대표는 당내 입지가 훨씬 탄탄해지게 됐다. 민주계의 인물난과 민정계 상호간의 견제로 김종필대표 체제가 의외로 장기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점차 유력하다.
그럴 경우 민주계의 독주에 불만을 갖고 있는 민정·공화계들이 김 대표의 우산아래 모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민정계는 민주당의 JP 공직사퇴 촉구에 민주계 실세들이 반박하지 않은 것에 내심 불만이다. 게다가 새 정부 출범이후 숨을 죽이다시피했던 보수진영의 목소리가 차츰 고개를 드는 사회분위기가 JP를 어느정도 고무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김대중씨의 귀국이 JP의 정치적 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김대중씨가 정치 전면에 복귀하는 상황이 오면 JP에게 「신대안부재론」이 대두될지 모른다고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의 측근들은 그같은 가설에 펄쩍 뛴다. 『온갖 풍상을 다겪은 JP다. 스스로 한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결코 욕심을 부려 「노추」를 연출하지는 않을 것이다. 부추기지 말아달라.』
한 핵심측근은 『JP는 지금 모양새있는 마감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한다. 때를 기다리며 정리단계에 있다. 위원장직 사퇴도 그 일환으로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김 대표는 자신의 출발점이라 할수 있는 5·16이 폄하당하는데는 몹시 불편해한다고 한다. 특히 김영삼대통령이 『5·16은 분명한 쿠데타며 역사를 크게 후퇴시킨 하나의 시작이었다』고 평가한데 대해 크게 상심했다.
김 대표는 지구당 행사에서 『60,70년대 이땅에서 보리고개를 몰아내고,산업국가의 기틀을 다져,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오늘날의 민주화·국제화시대를 여는데 일조할수 있었던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고 항변하듯 주장했다. 그는 배포한 정치약력에서 「5·16혁명주도」를 첫 머리에 내세웠고 한일 굴욕외교로 일부에서 지탄받고 있는 「김종필­오히라(대평) 메모합의」를 시위하듯 기술했다.
어찌보면 5·16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끌어내는데 자신의 남은 정치역량을 모두 기울이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그러나 5·16에 대한 평가나 그의 향후 정치행보는 결코 희망대로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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