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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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북한에서 쓰레기는 골칫덩어리가 아니다.
소비재 공업이 처져 양·종류가 적은데다 쓰레기 재활용도가 높은 탓이다. 때문에 우리처럼 거리에 나뒹구는 깡통·팩이나 논두렁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비닐조각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10월말 김장철에는 거리가 배추껍질·짚 검불로 온통 뒤덮이고 쓰레기통이 산더미가 된다.
그러나 이것도 한때일 뿐 쓰레기통에서 푸성귀 조각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귀순자들의 얘기다.
말하자면 북한의 지나치게 적은 쓰레기 또한 그들 생활상의 또 다른 단면인 셈이다.
현재 도시·농촌 가릴 것 없이 연탄재가 쓰레기의 대명사로 통하고 나머지는 음식찌꺼기·유리조각·폐지 정도다.
인민반별로 철· 비닐·고무·종이 등 품목별로 폐품을 정해 놓고 수집하는 만큼 쓰레기통에 들어갈 물건이 남을 턱이 없는 것이다.
폐품은 사로 청·직맹 등 사회단체·학교에서 할당량이 이중적으로 주어져 멀쩡한 물건이 폐품으로 둔갑하는 폐해도 잦다.
게다가 물건을 포장하지 않는 문화·소비용품 부족도 쓰레기 줄이기에 한몫을 한다.
용성 캔 맥주의 경우 연필 통이나 반찬 통으로 사용되고, 비닐 팩도「바꾼 돈」5전을 주고 사야 하는 만큼 귀한 편에 속한다.
특히「데사게」(일어)로 불리는 쇼핑백은 여성들의 과시용 물품으로 통할 정도로 흔치않다.
쓰레기통은 도시의 경우 3백 가구 당 1개씩, 농촌은 반경 1km정도에 한 개 씩 있고 규격·모양새는 전국이 똑같다.
시멘트로 만든 축조물 가운데로 트럭이 들어가고, 양옆에 계단이 만들어져 흡사 개선문을 닮았다고 전해진다.
주민들이 계단으로 올라가 가로 5m, 세로 5m 크기의 홈에 쓰레기를 쏟아 부으면 시-군 소속 청소차가 2주일에 한번정도 치운다.
물론 쓰레기통 청소는 각 인민 반에서 떠맡고 있다.
가정에는 보통 베니어판으로 만든 쓰레기통을 쓰고, 아파트는 양동이를 대용한다는 게 귀순자들 얘기다.
다만 중앙당 간부들이 사는 평양 창광 거리의 고급 아파트단지에만 유일하게 아파트 통로에 쓰레기통이 설치돼 있다.
현재 청소를 담당하는 곳은 시·군 경영사업총국 산하 경영사업소.
평양시의 경우 쓰레기 수거 차로 승리 58형 2·5t 트럭 1백여 대와 청소원 2백여 명이 미화사업을 맡고 있다.
이밖에 자동차 전용도로 청소원 2백여 명, 도로 청소차 20대와 가로수 관리 원이 50여명이 있는데 쓰레기가 적은 만큼 이 정도로도 거뜬하다고 전해진다. 차도가 아닌 인도는 길 앞 상점· 음식점에서 평소 청소를 하고, 제설작업은 각 구간별로 주민들에게 할당된다.
매립 장은 따로 없고 도시주변의 저지대를 선정해 1∼2m 두께로 메운 다음 흙을 덮어 공장 부지 등으로 사용된다.
연탄재 쓰레기가 많아 매립공사가 수월한 편이라고 귀순자들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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