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빵집’에서도 발레파킹 누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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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4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맞은편에 위치한 파리크라상 입구. 한 여성이 비상등을 켜고 주차요원에게 차 키를 건냈다. 주차요원은 재빨리 여성의 차를 몰아 옆에 마련된 공간에 주차를 시켰다. 샌드위치 두어 개를 사기 위해 이곳에 들른 김영은(34)씨는 “요깃거리를 사러 나왔는데 공용 주차장을 이용할 순 없지 않느냐”며 “발레파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다른 곳보다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급 호텔과 일부 대형 백화점, 고급 레스토랑 등에서만 볼 수 있었던 발레파킹(valet parkingㆍ대리 주차) 서비스가 제과점, 어학원, 피자 체인점, 공연장 등 보다 서민적인 공간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한 발레파킹 용역 업체는 “2005년 말부터 발레파킹을 의뢰하는 업체들이 매년 30%씩 늘기 시작했고 업종도 다양해져 마사지 숍이나 병원 등에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의뢰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강남구 등 자동차 보유 대수가 많은 일부 지역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서비스가 집중되고 있지만, 특정 고객을 위한 발레파킹이 불특정 다수를 겨냥해 제공되는 경우는 지금까지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파리크라상 도곡점은 2005년 개점과 함께 발레파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루 평균 이용 차량은 30대. 물론 무료다. 이윤희 점장은 “이곳은 주ㆍ정차 금지지역이라 길가에 정차해도 위반 스티커를 붙인다”며 “영수증 금액에 상관없이 모든 고객에게 주차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 속으로 파고든다=발레파킹 서비스는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 공간에 보다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정철어학원 강남점은 최근 여성 수강생들을 위해 발레파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알파걸’을 잡을 수 있는 기회다. 학원생 이정민(여ㆍ32)씨는 “회사와 학원을 자가용으로 오가는데 발레파킹을 해주니 주차에 진땀을 빼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학원 측은 “아직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지만 어학원 주변이 깨끗해졌고 여성 수강생들의 반응도 좋아 내부 논의를 거쳐 서비스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피자헛 분당 서현역점과 석촌점ㆍ학동점도 지난해부터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매장별 주당 250여 대가 주차요원의 손에 맡겨진다. 예술의전당은 국내 공연장으로는 처음으로 올 1월부터 발레파킹을 시행했다. 공연장에 늦게 도착한 관람객과 장애인을 위해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 건설은 ‘더샵’ 입주자들에게 출근 때 관리회사 직원이 승용차를 주차장에서 로비까지 운전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한솔 건설도 정동상림원에 입주할 주민들의 개인비서 서비스의 일환으로 발레파킹을 제공할 계획이다. 강남과 일산 등의 병ㆍ의원 밀집 지역에서도 환자의 편의를 위해 발레파킹 서비스를 도입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대접받는 감동=‘그들만의 서비스’였던 발레파킹이 대중 속으로 파고든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해 서울지역 자동차 등록대수가 285만 6857대를 돌파하면서 고질적인 주차난 역시 더 심각해졌다. 그러다 보니 업체 측에서는 고객이 몰고 온 자동차 열쇠를 받아든 후 “귀하의 차는 저희가 소중하고 안전하게 맡아 두겠습니다”는 감동의 메시지를 주게 됐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기분을 느끼게 되면서 ‘그곳’을 찾는 단골 고객이 늘어난다고 업주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발레파킹 서비스와 매출의 상관관계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나 논문은 아직 없다. 그러나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아직 국내에서는 발레파킹이 VIP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내가 특별대우를 받는구나’ 라는 감동이 장기적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한국피자헛 관리팀 권선 대리는 “발레파킹은 ‘있으면 좋은’ 서비스가 아니라 ‘없으면 불편한’ 서비스가 됐다”며 “강남이나 신도시 등의 체인점에서는 발레파킹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없으면 불편하다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경영학과 김상용 (마케팅 전공)교수는 “고객이 어떤 것을 소비하러 왔을 때 발레파킹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며 “수요와 공급, 기회비용을 감안해 타깃이 뚜렷한 곳에 서비스를 접목시키면 더 큰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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