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스토리] 현실같은 환상 여행

중앙일보

입력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백승우(32)씨의 사진전 ‘Real world’가 14일까지 열립니다. 전시는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1부는 ' 서구문화의 환상 속에 자라난 우리의 문화현실'이 주제입니다. 경기도 부천의 미니어처 테마파크인 아인스월드에서 촬영한 작품들입니다. 공원엔 파리의 에펠탑, 런던 브리지, 일본 오사카 성 등의 축소모형이 서있습니다. 작가가 아인스월드를 소재로 택한 이유는 뒤에 보이는 아파트 촌 때문이라고 합니다.

세계의 유명건축물과 속전속결로 지어 올려 성냥갑을 쌓아 올린 듯한 우리의 아파트 촌을 대비시킨 것입니다. 이는 '백승우식 풍자'이기도 합니다. 미니어처가 실물처럼 보이게 원근법을 구사했습니다. 미니어처 공원은 서구에 대한 동경과 열등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꼬집고 있는 것이지요.

2부의 컨셉트는 '서구 중심적 생각을 향한 소소한 공격'입니다. 장난감 병정들이 런던의 주택가 잔디밭이나 공중전화박스의 뒷구석, 뒷골목에서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평온해 보이지만 함께 찍힌 미니어처 병정들이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한국군과 미군, 독일군, 영국군 등의 병정들이 은밀한 침투작전을 벌이고 있는것 같습니다.

작가는 병정을 통해 한 개인이 일상과 사회 속에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경험을 ‘전쟁’에 비유했습니다. 또 영국 유학시절 때 작가가 겪었던 문화의 충돌에서 오는 혼란이나 작은나라에서 온 동양인을 바라보는 서구적 시선의 폭력성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다른 언어와 문화속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전쟁과 같았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사진은 전쟁처럼 무겁지는 않습니다. '소소한 공격'일 뿐입니다. 무거운 주제를 작가 특유의 가벼운 터치로 표현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 백씨의 국내 첫 개인전이기도 합니다. 중앙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그는 2002년부터 영국 런던에서 활동 중이다. 2006년 국제적 사진행사인 ‘휴스턴 사진축제’ 포트폴리오 리뷰에서‘6명의 미래 스타’에 선정됐습니다. 내년엔 미국의 유명 사진 전문갤러리인 산타모니카 로즈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입니다.

주기중 기자

[포토스토리] 현실같은 환상여행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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