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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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21면

때는 2004년. 북한강변을 달려 듣도 보도 못했던 ‘자라섬’이라는 희한한 이름의 장소에 다다랐다. 길 안내와 주차, 각종 진행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 첫눈에 ‘이 마을 사람들이구나’를 알아 봄직했다. 가을의 냄새가 스민 밤. 잔디밭에 앉아 음악을 듣고, 드러누워 하늘을 보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발을 구르며 열광하기도 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세차게 내리던 비! 온통 물에 잠긴 처참한 야외 공연장을 바라보며 이 페스티벌이 다시 열리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다.

그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올해로 4회째. 이제 10만 이상의 관객을 예상하는 큰 행사로 자리잡았다. 4년 전, 밀려드는 차를 안내하던 길목 곳곳의 가평 주민들은 이제 ‘재즈 좀 듣는다’ 하는 사람들이 되었다고 한다. 올해는 프로그램도 한껏 다양해졌다. 메인 행사인 ‘재즈 스테이지’, 힙합·솔 등 여러 장르의 국내 뮤지션이 오르는 ‘파티 스테이지’, 그리고 ‘뮤직 아일랜드’는 낮 시간에 스칸디나비아 재즈 뮤지션과 국내 재즈 밴드를 집중적으로 따로 마련한 무대다.

재즈업계에 발 들여놓고 있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행사도 많다. 13일에는 페스티벌이 주최하는 재즈 콩쿠르가 있다. 15일과 16일에는 각각 ‘존 피자렐리 기타 & 보컬 워크숍’과 ‘데이브 웨클 드럼 워크숍’이 자라섬 재즈센터에서 열린다.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은 가평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이 돋보이는 행사다. 페스티벌을 중심으로 이 시기 가평에는 장도 서고 지방 특산물을 뽐내는 전시도 집중적으로 열린다. 자라섬 가는 길에 굽이굽이 아름다운 경치와 강에서 레포츠를 즐길 수도 있다. 허나 뭐니 뭐니 해도 이번에는 누가 와서 자라섬 잔디밭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 것인가가 궁금하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소개한다.

9월 14일(금)
이탈리아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로 주가가 급상승 중인 지오바니 미라바시의 트리오, 블루노트 소속의 보컬리스트 커트 엘링, 그리고 1960년대 키스 자렛을 키워 낸 색소폰의 명장 찰스 로이드 트리오. 찰스 로이드의 무대가 몇 시에 끝날지 알 수 없으나 적당히 늦은 시간에 파티 스테이지로 가면 드렁큰 타이거와 윤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9월 15일(토)
세계적인 반도네온 연주자인 일본의 료타 고마추와 탱기스트, 미국 보컬리스트 존 피자렐리, 그리고 70년대부터 듀엣으로 호흡을 맞춰 온 두 거장 조지 듀크와 스탠리 클락의 무대. 마찬가지로 파티 스테이지로 자리를 옮기면 다이나믹 듀오, 현진영이 무대를 달구고 있을 것이다.

9월 16일(일)
미국 출신으로 영국에서도 크게 인정받은 여성 보컬 스테이시 켄트, 진한 솔이 기대되는 흑인 보컬리스트 미셸 은디게오첼로에 이어 이번 페스티벌의 최고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퓨전 재즈 기타리스트 마이크 스턴 스페셜 프로젝트와 마지막 밤을 지새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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