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일 주중 공사 링거 맞다 돌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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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에 파견돼 근무하던 한국의 고위급 외교관이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다가 숨지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중 한국 대사관 황정일(52.대사급.외시 12기.사진) 정무담당 공사는 29일 오전 9시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의 한 간이 병원에서 설사.복통 치료를 위해 링거 주사를 맞은 뒤 20분 만에 숨졌다. 병원 측은 인근 종합병원에서 긴급 구조팀을 호출해 소생 시술을 벌였으나 황 공사는 오전 11시30분 사망했다.

중국 외교부는 현직 고위급 외교관의 사망 사고를 특별히 중시해 베이징시 위생국에 의뢰, 문제의 링거 잔여분을 봉인.조사하는 한편 해당 병원 전체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30일 오후 진행된 부검 결과가 나오면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 공사는 29일 오전 외부 행사에 참석한 뒤 대사관으로 돌아오던 중 샌드위치를 구입해 이를 집무실에서 먹은 뒤 퇴근했다가 오후 8시부터 밤새 복통과 설사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튿날 병원을 찾았으나 담당 의사는 "문제 없다. 탈수 현상이 심하니 링거나 하나 맞고 돌아가라"고 진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대사관 직원들은 "황 공사는 한번도 남과 다툰 적이 없을 정도로 인격적으로 훌륭한 분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8월 부임 후 주말에 단 한 차례도 쉰 적이 없을 정도로 성실했다. 외교관으로서 경력이 활짝 피는 시점에 어이없이 사망했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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