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한 고위회담 양측입장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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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미국/「NPT 탈퇴」 철회 등 분명히 할땐 한­미간 합동군사훈련 중지용의/핵문제협의 미와 직접협상 희망/주한 미군시설 사찰권인정 요구/북한
북한­미간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양측과 한국 등 관련국이 빈번한 접촉을 갖고 회담의 알맹이를 준비하고 있다.
북한­미간 참사관 북경접촉이 5일에 이어 10일 이루어졌고 윈스턴 로드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11일부터 북경에서 중국과 북한핵문제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며 신기복외무부제1차관보가 현재 워싱턴을 방문,한미간의 마지막 조율을 하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대변인은 10일 유엔에서 북한에 대한 결의안이 통과되면 곧 회담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낙관적인 관측을 표명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가 확정되는 내달 12일을 앞두고 적어도 이달말이나 내달초까지는 경제제재를 포함한 제2의 결의안을 준비해야 하고 그전에 되도록 빨리 북한의 진의를 타진해야 할 입장에 있다.
미국은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이 NPT탈퇴를 철회하겠다는 번복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실패한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제재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어려움에 부닥친다. 반면 북한으로서도 이번 접촉이 무위로 끝날 경우 본격적인 국제적 압력에 놓인다는 점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미국은 북한과의 고위급회담을 처음부터 탐탁하게 생각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에 어떤 종류가 됐든 양자관계로서 북한에 보상을 미끼로 회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하지 않았다. 또 북한핵시설에 대한 지속적 위성촬영결과 공사가 계속중인 것으로 보아 북한이 핵개발을 진정으로 철회할 방침이냐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갖고있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과 중국측이 『북한이 북한­미 회담으로 문제를 풀고 싶어하니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보자』고 고위급회담을 적극 권장했을 정도다.
미국은 북한­미회담이라는 모양으로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었으니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선물을 미리 내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이번 회담을 1회용 접촉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항구적인 북한­미간 채널로 만드는 동시에 미국으로부터 가능한한 많은 것을 받아내려 하고있다.
특히 북한은 핵문제도 한국과 협의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핵을 통제하고 있는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해야하고 유엔이전에 한반도의 핵당사자인 북한과 미국간에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사관접촉을 통해 북한은 ▲한국과의 팀스피리트 합동군사훈련 중단 ▲한국내 미군시설에 대한 북한의 사찰권부여 ▲대북한 핵공격금지 보장 ▲한국에서의 핵우산 철수 등 미국과의 고위급회담 안건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합동군사훈련 중단과 주한미군기지 사찰허용은 이미 한승주외무장관과 미국측이 「가능한 정책수단」이라고 밝힌바 있어 북한이 진정으로 핵개발을 포기할 경우 이러한 보장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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