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공개」로 대학가 “몸살”/대학마다 대책마련에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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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교수·교직원들 무더기 연루/불신 증폭·학내분규 우려도
1천여명의 부정·부당합격자 명단이 공개되면서 대학가가 몸살을 앓고 있다.
각 대학들은 특히 이번 공개에서 관련 교수·교직원들이 많아 사제간의 불신과 위화감이 증폭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학내분규가 뒤따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명단이 공개되자 대학가에는 「교육계 정화차원에서 필요한 조치였다」는 긍정론과 함께 「이번 공개가 이미 과거에 발표된 것을 또다시 문제삼은 전시적 조치」라는 대자보가 나붙는 등 비난·동정론이 엇갈리는 분위기였다.
교육관계자들은 올들어 잇따라 터진 초대형 입시부정사건에 이은 이번 공개와 관련,『대학교육사상 최대의 위기』라며 뼈를 깎는 자성과 분발의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책마련 부심=각 대학은 교육부 발표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는 등 이번 부정합격자 명단 공개 파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리시험과 주관식 답안지 채점착오로 부정·부당합격생을 낸 한양대의 경우 8일 오전 총장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사후대책을 논의했다.
답안지 채점착오로 8명을 부당 입학시킨 경희대도 당시 입시를 담당했던 보직교수와 교무과 직원 등을 상대로 채점과정을 조사한뒤 적발내용이 경미하자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89년 입시에서 성적조작으로 45명을 부정입학시킨 사실이 드러나 당시 이지관총장(현 철학과교수) 등 학교관계자 3명이 구속되고 심각한 학내분규까지 겪었던 동국대는 『이듬해 집행유예로 풀려난 관계자들을 모두 복직시킨 상태로 이제 책임질 사람도 없는데 과거 일을 문제삼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학내분규가 재연될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동정론=90년 입시에서 94명을 부정입학시킨 한성대는 이날 오후 교내에 총학생회 명의로 대자보가 나붙어 『이번 교육부가 발표한 부정입학 사실은 지난 91년 이미 사법당국의 수사로 학교관계자 7명이 구속되고 부정입학생의 명단까지 공개되는 등 알려질만큼 알려진 사건』이라며 『학내에 위화감만 조성하는 전시적 조치였다』고 반발했다.
고려대의 경우 88,89년 입시에서 24명의 교직원 자녀를 입학시킨 사실이 드러나 89년 총장이 해임되는 등 큰 홍역을 치렀는데 이번 교육부 발표에서 교수 9명을 포함,관련 교직원들의 명단이 모두 공개되자 당혹하고 있다.
부정입학자의 학부모로 공개된 이 학교 K교수는 『잊혀질만 했는데 또다시 명단이 공개되니 앞으로 어떻게 교단에 서게 될지 난감하다』고 걱정했다.
경희대 신용철교무처장은 『교육계 비리 척결도 좋지만 이미 한번 문제가 됐던 입학비리를 명단까지 공개하며 또다시 들추는 것은 학내 위화감을 조성하고 교육계의 권위를 실추시킨다는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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