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최철한 '상큼한 출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2003년도 다승왕과 승률왕을 신예 최철한(19)5단이 휩쓸었다. 62승12패, 84%. 전체 프로기사 중 유일하게 80%대 승률을 기록했고 승수에서도 2위를 10승차로 누른 완승이었다.

최철한은 그 여세를 몰아 신년 벽두부터 타이틀 사냥에 나섰다. 그러나 상대는 신예들에게 저승사자로 불리는 이창호9단. 지금까지 이창호의 벽을 넘어선 신예는 이세돌9단뿐인데 최철한이 과연 이세돌의 뒤를 이어 또 하나의 별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창호9단을 향한 첫 도전무대는 국수전. 14일 중국 윈난(雲南)성에서 5번기의 첫판을 시작한다. 최철한은 조훈현9단.윤성현8단 등을 연파하고 도전권을 손에 쥐었고 드디어 마지막 장벽인 이창호9단과 마주섰다.

지금까지 최철한은 이창호와 세번 싸워 모두 졌다. 더구나 '번기(番棋)의 제왕'이라는 이9단과 번기로 맞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성전서도 최철한은 도전권 문턱에 가 있다. 신년 첫 대국인 지난 6일의 기성전 준결승에서 최5단은 목진석6단을 꺾고 상큼한 출발을 했다. 이제 유재형6단과의 도전자 결정전이 남아있는데 여기서 승리하면 이창호9단과 잇따라 도전기를 펼치게 된다.

최철한은 지난해 이창호9단이 출전하지 않은 천원전에서 라이벌 원성진5단을 누르고 생애 첫 타이틀을 따냈다. 여기에 다승왕.승률왕이 겹쳐졌으니 지난해는 최철한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지금 도취할 때가 아니며 위태로운 기로에 서있다. 이창호라는 높은 산에 가로 막혀 연전연패할 경우 심각한 후유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