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건의 투자 귀재 이야기]올스타인 펀드의 로버트 올스타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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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 23면

올스타인 펀드의 로버트 올스타인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조지 소로스는 어떤 펀드를 선택했을까. 그 누구보다 펀드 업계의 속성을 잘 아는 만큼 까다로운 안목을 갖고 펀드를 골랐을 것이다. 소로스가 택한 펀드는 로버트 올스타인이 최고경영자이자 최고 투자책임자로 있는 올스타인 파이낸셜 얼러트 펀드다. 1995년에 출범한 이 펀드는 연평균 수익률이 15.9%를 기록해 벤치마크 지수인 S&P 500의 상승률(9.4%)을 6.4%포인트 앞섰다. 대단한 것은 딱 1년을 빼고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투자거물 소로스도 사랑한 펀드

올스타인의 투자 스타일은 1980년대 미국 호황장의 최고 수퍼스타였던 피터 린치와 크게 대별된다. 올스타인은 기업 경영진을 거의 만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말하는 것을 불신한다. 올스타인은 이들이 모두 ‘자화자찬만 늘어놓을 뿐 진실을 얘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증권업계의 애널리스트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그는 애널리스트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지 않는 것을 탐탁잖게 여긴다.

그가 중시하는 것은 기업 가치와 회계 그리고 현금 흐름이다. 즉 철저히 숫자를 통해 기업을 본다. 반면 린치는 하루에도 2~3개의 기업을 방문하고 경영진과 수없이 전화하는 펀드매니저였다. 그래서 린치를 두고 ‘발로 뛰는 투자자의 전형’이라고 말한다.
올스타인은 회의론자이기도 하다. 그는 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할 때 항상 최선이 아닌 최악을 대비한다. “나는 나쁜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치명적 실수를 피해야 한다. 방어가 최우선(defence first)이다.” 또한 다른 뛰어난 가치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역행 투자를 한다. 그가 주식을 살 때는 다른 사람들이 주식을 팔아치울 때다. 대표적인 사례가 98년 아시아 경제에 위기가 닥쳤을 때 매입했던 석유굴착 회사들이다. 그는 2~3년 뒤 두세 배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올스타인은 각종 잡지와 자료를 하루종일 읽는다. 또 기업의 연차보고서를 포함해 여러 종류의 출판물을 읽고 또 읽는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사람들이 주식을 팔고 떠나는 분야를 찾아내고, 과열된 분야가 어디인지를 가늠한다. 실제 매매하는 시간은 줄이고, 오히려 조사하고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이다. 행동은 적고 사색과 분석이 많다는 것은 올스타인뿐 아니라 많은 투자 귀재들의 공통점이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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