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근로자 '해고' 엄두내지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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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분양을 받아 2005년 봄 공장을 가동하기까지 간이 녹아 내렸다. 북한 사업이 쉽지 않다. 당시엔 문의할 곳도 없었다. 전기도 없어 발전기를 돌렸다. 처음에 북한의 노동자들은 정리·정돈 개념도 몰랐다. 그걸 일일이 가르쳐 가며 했으니 얼마나 고생이 심했겠나. 그런데 지금은 물어볼 곳이라도 있다. 2년 전엔 사장 대접도 못받았는데 지금은 투자자로 인정하고 인사라도 한다. 과거보다 많은 차이가 있다.”

2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건물에서 열린 ‘개성공단 입주 설명회 및 현장체험 발표’에서 개성공단기업협의회 문창섭 부회장이 언급한 소회다. 문 부회장은 삼덕통상㈜의 대표이면서 현재 개성 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발표는 개성공단 본 단지 2차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발표회에서는 통일부 개성공단 사업지원단의 설명과 개성공단 입주 안내가 있었다. 통일부는 ‘전략물자 반출입 및 원산지 규정’과 ‘입주기업 금융지원 제도’를 중심으로 간략히 설명했다. 참석자의 관심은 ‘어떻게 공장을 짓고 어떻게 운영되느냐’등 현장에 쏠렸다. 참석자들이 제기한 ‘현장에 대한 궁금증’을 중심으로 질의 응답 내용을 정리, 소개한다.

◇ 인력 고용 절차는.

-회사별로 필요한 인력을 연령과 성별로 구분해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제출하면 북측 총국이 최종 결정해서 제공한다. 회사별 개별 신청은 안된다. 선정된 인력을 교육해 일을 시키면 된다. 특별히 유의할 것은 없다. 이 과정에서 인력 고용이 다소 늦어 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개성 근로자들의 연령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 필요한 인력만 공급받을 수가 있나.

북에선 지금도 당에서 취직시켜주는 개념이다. 그래서 처음에 뽑을 때도 북에서 보내는 사람을 맞는 것이다. 처음 뽑을 때는 거의 요구에 맞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2차 요구 때는 처음보다 부족한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못 받는다고 말할 수 없다. 보통 2개월~6개월씩 걸리기 때문이다. 면접을 한 그 자리에서 해고를 할 수는 없다.

◇ 개성 공단을 받쳐줄 인력이 충분한가.

-개성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은 거의 세대당 1명꼴로 고용이 돼 있다. 그런데 개성에 공급 가능한 인력이 3만3천명 정도라고 본다. 현재 건설중인 인력을 포함해 1만6000명이 고용돼 있다. 그 가운데 공장에 14000명이 고용돼 있다. 그런 계산이라면 곧 모자라게 될 수도 있다.

◇ 세금은 어떻게 되나.

-북한의 법인세는 14%다. 그런데 개성공단 제조업체의 법인세는 대개 10%선이다. 법인세도 이익이 발생한 뒤 2년간 100%, 3년간은 50%를 면제해준다. 임대료는 남쪽보다 낮다. 부가세는 남쪽은 보통 10%지만, 개성공단 내 거래세는 1%이다. 남쪽으로 물건을 반출할 때 세금은 없다.

◇ 공장을 건설한 뒤 분양·양도가 가능한가.

- 가동 후 2년 후부터 가능하다. 양도 시점은 실질적인 가동부터이다.

◇ 분양 받은 업종 외에 다른 업종을 추가할 수 있나.

- 시범단지에 오·폐수 처리시설도 없고, 기반 시설도 없어서 분양할 때 냄새나 오·폐수를 발생시키는 기업들은 제외시켰다. 그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선정된 업종 내에서 운영해야한다.

◇ 오·폐수 처리 실태는.

- 초기 입주 기업은 지하수를 사용했고, 전기가 없어 발전기를 돌렸다. 그리고 오수는 하천으로 방류했다. 한국의 70~80년대 수준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업종을 선정할 때 오폐수가 나오는지 여부를 고려했었다. 현재는 처리장을 만들었다. 오수와 폐수는 분리관을 통해 폐수처리장으로 간다. 그러나 염색 공장처럼 오·폐수 발생이 많은 업체는 공장단위로 처리장을 만들어 기준치에 맞춰 방출해야한다.

◇ 추가 관리비로 무엇이 있나.

- 관리위원회 운영비용을 부담해야한다. 개성 근로자의 출퇴근 보조에 일인당 5달러를 기업들이 보조하고 있다. 새 인력을 투입할 때 재교육비용이 들 수 있다. 또한 근로자 기숙사 비용 등도 부담해야 한다.

◇ 해고는 쉽나.

- 해고는 어렵다. 전에 한 입주 기업에서 13명 노동자를 해고하는데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 어느 조직이나 골치 거리인 사람이 있지만 쉽게 해고할 수 없다. 개성 공단에 입주하려면 ‘해고는 안된다’는 쪽으로 적응해야한다. 마음에 안들어도 가르쳐서 키워야한다. 다만 북측의 조장을 설득할 수가 있다면 해고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개성공단은 북한이다. 북한 노동자는 남한 노동자와 다르다.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인력은 북한 노동성에서 관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당국에 나온 사람과 협조해야 한다.

◇ 기술지도를 담당할 인력의 적당한 비율은.

- (주식회사 신원의 사례) 890명 인력에 15개 라인을 가동했다. 기술 지도를 하는 남측 인원 15명과 관리직 3명을 배정했다. 과장급은 북측직원이 했고 실장은 남측 직원이했다. 처음 개성공단에 들어갈 때는 많은 남측 기술지도원이 필요한 듯하다. 우리는 북한 노동자를 중국 대련에 보내 기술 지도했었고, 개성공단 내 직원들을 위해 용어 정리도 하고 교육도 했다.

◇ 여성 근로자만 고용할 수 있나.

- 현재 노동자 성비는 여성대 남성이 이 8대 2다. 여성이 많이 고용되긴 한다. 그러나 여성 근로자만을 채용하는 것은 곤란할 수도 있다. 필요한 인력이 생산 현장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 특성을 고려해야할 것이다. 예를 들어 힘을 많이 쓰는 업종에는 남성이, 조립을 하는 업종엔 여성이 많이 간다.

통일문화연구소 박수성 연구원 zhuche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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