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와 칡넝쿨…. 그것들을 보는 순간 하늘로 먼저 가신 ‘아부지’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낙농업을 하신 아부지는 여름이 되면 늘 풀을 찾아다니며 베어 오셨다. 하루 종일 풀 베는 일을 반복해도 늘 모자랐다. 그런 와중에도 아부지는 늘 자식 사랑이었다.
철없던 나는 오후에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시는 아부지를 기다리곤 했다. 지게 속이나 리어카 풀 속에 혹 내게 주실 먹거리가 없나 하고 고개를 쭉 빼곤 했던 것이다. 그런 나를 위해 아부지는 어김없이 먹거리를 구해 오셨다. 그중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산딸기였다.
그땐 비닐 봉지도 귀했던 시절이라 딸기를 따오려면 따로 그릇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부지가 선택한 게 칡잎이었다. 칡잎은 넓적하고 커서 뭔가를 담기에 좋았던 것이다. 아부지는 잎을 잘라 깔때기 모양으로 잘 오므린 뒤 거기에 산딸기를 가득 따셨다. 그리고 긴 풀로 잘 동여매 넝쿨째 지게 옆에 걸어 집에 오셨다. 혹시라도 풀 속에 넣으면 딸기가 뭉개질 것을 걱정하셨던 것이다.
아부지 팔뚝은 딸기 가시에 긁혀 작은 상처투성이였다. 그런 아부지가 딸기를 따면서 과연 맛을 보기나 하셨을까?
한두 개는 맛보셨겠지만 자식을 위해 그저 따오기만 했을 게 분명하다.
나중에 내가 커 동생들이 나처럼 아부지의 딸기를 기다리다 먹는 것을 지켜볼 나이가 됐을 때 나는 비로소 아부지 팔뚝에 생긴 상처와 딸기를 주려는 아버지 마음을 알게 됐다.
나도 딸기를 따서 칡잎에 감싸 내 아이들에게 갖다 줬다. 그러나 어릴 때의 기억과 아부지 생각을 떠올리다 보니 차마 그 딸기와 칡넝쿨을 카메라에 담지는 못했다. 눈물이 날까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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