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 교수 공동 관찰기 / ② 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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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태 교수

26일 한나라당 합동연설회가 열린 부산의 표심은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특징이 있다.

영남권의 또 다른 중심인 대구와 확연히 다른 표 흐름을 보여왔다.

부산은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30%에 가까운 표(29.6%)를 안겨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그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은 66.2%였다.

몰표를 기대했던 이 후보는 실망스러워했다. 당시 대구가 노 후보에겐 18.5%를, 이 후보에겐 77%의 몰표를 준 것과는 대비된다.'부산에서 국회의원을 했고 인접한 김해가 고향인 노 후보이기에 그럴 만도 하지 않으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1997년은 어땠는가. 부산은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에게 29.4%를 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대구는 이 후보에게 불과 12.9%만 줬다. 부산의 선택은 두 번씩이나 한나라당 패배의 캐스팅 보트였다.

몰표에 인색하면서도 '바람'엔 민감하고, 이념보다는 '시대흐름'이나 '인물론'에 영향을 받는 점이 특징으로 꼽히기도 한다. 대구.경북(TK)지역은 이에 비해 일사불란했다.

이번 한나라당 경선에선 어떨까. 이번에도 부산.경남(PK) 표심의 흐름은 TK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보수적 성향이 뚜렷한 TK는 박 후보쪽에 치우쳐 있다. 하지만 PK 지역의 표심은 아직 '고민 중'이다.

고공행진을 하던 이 후보의 지지율이 검증 공방으로 한풀 꺾이며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서승욱 기자

중앙일보가 24일자로 보도한 이번 경선 선거인단을 상대로 한 최초의 여론조사에서 PK의 대의원과 당원의 표심은 엇갈렸다. 대의원에선 이 후보가 앞섰고, 당원에선 박 후보가 앞섰다.

양 후보 측의 전략가들은 한결같이 PK를 한나라당 경선의 핵심 전략지로 꼽고 있다.

이 후보는 TK에서의 열세를 PK에서 만회하려 한다. 영남권 전체를 무승부로 만들어 놓은 뒤 수도권에서 확실한 우위로 승리를 결정짓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박 후보는 TK의 우세를 PK로 확산시켜 영남권을 석권하고 싶어한다. 그래야 전국적으로 대등한 게임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결국 변수는 전국적으로 이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있는 박 후보 측의 검증 공세가 과연 이 지역에서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지다.

이날 연설회에서도 이 후보는 "이명박이 경선에서 이겨 대통령이 돼야 부산이 변한다. 부산 경제가 살고 나라 경제가 산다"며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와 부산 관련 경제 공약을 집중 부각했다. 반면 박 후보는 "현 정권으로부터 공격 당할 게 뻔한 불안한 후보를 뽑으면 정권 교체의 꿈은 물 건너 간다"며 이 후보 검증의 필요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경제'를 앞세우는 이 후보와 '검증'을 계속 쟁점화하려는 박 후보의 PK 전략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2002년 대선이나 미국 대선의 예에서 보듯 경선 초창기의 바람몰이가 경선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 비록 곧바로 투표가 진행되진 않았지만 이 후보 우세 지역인 광주에서의 연설회를 건너뛰고 접전지역인 부산에서 두 번째 연설회가 열린 것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심사다.

강경태 신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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