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세대 전투기 선정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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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방위성은 애초 내년 여름으로 예정하고 있던 차세대 전투기 선정을 2009년 여름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이는 일 정부가 차세대 주력 전투기의 유력 후보로 검토하고 있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사진)에 대해 미국 하원의 세출위원회가 25일 '외국 판매를 금지한다'는 기존 조항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 상원의 심의가 남아 있지만 이 조항이 수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 하원 세출위원회의 머서 위원장은 기자단에 대해 "F-22는 현 시점에서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전투기며, 우리는 (수출에) 매우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라며 "기업 입장에선 (일본 수출을) 실현하고 싶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본이 애초 생각했던 일정에 따라 F-22를 선정하기는 매우 힘들어졌다. 일 정부는 미국 측에 F-22의 구체적인 정보 제공을 요구해 왔으나 이 법안이 사실상 성립됨에 따라 적어도 미국의 2008년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9월까지는 관련 회답을 기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방위성의 한 간부는 이날 "일본으로선 꼭 F-22로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닌 만큼 선정 시기를 다소 늦춰 여러 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다는 입장"이라고 선정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F-22를 일본에 판다는 메시지를 지금 보낼 경우 한국.중국에 사정을 설명하기 힘들어진다는 미국 측 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일 언론들은 "오히려 시간을 여유있게 갖고 미국의 항공업체와 공군 등에 수출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F-22의 도입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중기방위력정비계획(2005~2009년)에 따라 노후 F-4 전투기의 후속기를 조달할 예정이다. 이 후보로 F-22 외에 유럽 4개국이 공동 개발한 유러파이터, 미국과 영국 등이 공동 개발 중인 F-35를 비롯한 모두 6개 기종이 후보로 올라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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