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 예산집행… 중앙회장 선출도/조합살림 어떻게 꾸려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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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1천4백33개에 이르는 농협의 단위조합은 중앙회의 산하조직이 아니다. 각 단위조합은 별도법인이며 하나의 회원으로서 중앙회에 참여할 뿐이다.
따라서 단위조합을 대표하는 것은 중앙회장이 아니라 단위조합장이며 단위조합장은 조합의 대표권과 조합의 전반적인 살림을 꾸려나가는 집행권을 동시에 갖는다.
단위조합장은 일반기업체의 「오너」와 마찬가지로 조합운영에 강력한 권한을 갖고있으면서도 선거 등 조합원의 의지에 따라 선출되고 임기가 한정돼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같은 조합장의 독특한 권한은 협동조합이라는 농협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열세에 있는 농민들이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조직한 인적 결합체인 농협은 「조합」이라는 이름을 쓰고있지만 일반 민법상의 조합과는 다르다.
농지개량조합과 산림조합 등은 국가로부터 특별한 의무를 부여받은 공공조합이고 법적인 제약을 받고있지만 농협은 가입과 탈퇴가 자유롭다. 이른바 「자유설립주의」의 원칙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의 유지」라는 명예직 성격과 조합의 운영을 책임지는 실질적 권한을 동시에 갖고있는 조합장 자리는 지난 89년 조합장 선출을 직선제로 바꾸면서 더욱 강력해졌다.
지난 62년 구농협과 농업은행을 합병하면서 현재와 같은 종합농협의 틀을 갖추게 된 농협의 단위조합장은 원래 농림수산부장관의 승인을 얻어 중앙회장이 임명했었다. 임기도 3년이었다.
그뒤 여러차례 조합장 임면방식이 바뀌었지만 정부의 입김이 미치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6공화국들어 민주화 욕구가 높아지면서 농협법 개정과 함께 직선제로 바뀌면서 임기가 4년으로 늘어났고 중앙회장도 이를 조합장의 손으로 선출하게 됐다.
농가 경제활동의 중심체인 농협의 단위조합은 독립채산제이기 때문에 앞으로 농산물시장 개방이 가속화 되면서 경영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통폐합이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합장은 정치적으로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조합장 출신의 국회의원은 현재 전국구인 노인도의원 한명뿐이지만 지방의회 의원은 기초 1백36명,광역 46명 등 모두 1백82명(전·현직 조합장 포함)에 이르고 있다.
조합장들은 중앙회의 운영에도 참여,현재 조합장이면서 농협중앙회의 비상근 이사로 있는 사람이 9명,감사 1명,비상임감사 2명 등 모두 12명이나 된다.
단위조합의 예수금 규모를 보면 가장 많은 곳이 1천31억원(대구 동대구)이나 되는가 하면 적은 곳은 17억원(예천상리)에 불과한 곳도 있는 등 천차만별. 적자조합은 지난해 11개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상당한 자구노력이 필요한 「성장조합」이 5백21개에 달하고 있어 경영상의 혁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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